"타깃 맞춤형 공연으로 예술가와 시민이 어우러지는 도시 만들것"
‘킹 메이커’가 ‘킹’이 됐다. 지난 3월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이사가 된 노재천씨(59) 말이다. 공연계 ‘대부’로 통하는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 그가 대부의 반열에 오르기 까지 그의 옆에는 항상 노 대표가 있었다. 그는 이 사장의 숨은 ‘적자’였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거쳐 성남문화재단까지 12년을 동고동락한 두 사람은 예술의전당의 재정 위기를 극복하고, 세종문화회관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성남아트센터를 국내 ‘빅3’공연장에 올려 놨다. 위기 때마다 노 대표는 이 사장의 정책 브레인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제 문화정책 전략가로써 안양의 문화정책을 책임지게 된 노 대표. 취임 한 달도 채 안된 그가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예술인 도시, 안양’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9일 안양아트센터에서 만난 노 대표는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한 몸처럼 어우러지는 도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안양의 변화에 주목해 달라고 주문했다.
■ 예술가들이 몰려오는 ‘예술인 도시, 안양’
“문화재단의 기본적인 임무는 문화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기본 토양이 되는 것이 바로 예술인들입니다. 옆집에 예술인이 살고 일상적으로 예술을 접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예술에 관심을 갖게되지 않을까요.”
맞는 말이다. 그리고 노 대표만 아는 얘기도 아니다. 단지 너무 추상적이고 이상적이기에 첫 발을 떼기가 쉽지 않을 뿐. 그러나 노 대표는 구체적인 실행 목표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를 통과해 오는 11월 시행예정인 ‘예술인 복지법’을 바탕으로 안양만의 독특한 예술인 복지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
“예술인 복지법 정책실천 테스크 포스를 가동할 겁니다. 현실적으로 안양의 예술가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될 수 있도록 우선 5개년 계획을 세워 추진해 나갈 겁니다.”
이와 함께 단기적으로는 시내 유휴 문화공간과 공공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공간나눔 네트워크’를 형성, 예술가들의 창작 및 발표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노 대표의 생각은 예술가들에 대한 단순 지원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예술가들과 시민들을 연결시켜야 합니다. 예술가들이 지역사회로부터 지원을 받은 만큼 지역사회에 공헌을 해야 하는 거죠.”
특히 “예술가들과 아이들을 1대1 멘토와 멘티로 연결해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할 것”이라는 노 대표. 이를 통해 안양만의 독특한 ‘엘시스테마’가 실현될 수 있을 지 안양문화예술재단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가는 이유다.
■ 세대에 맞추고 계층에 맞춘 공연장
성남문화재단 문화사업국장 재직 시절, 노 대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개관 초기였던 당시 성남문화재단은 공연장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내 초연, 대형 공연 유치에만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잠잠히 5년 앞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사랑방문화클럽’과 ‘우리동네 공동체 만들기’ 프로젝트였다.
“대형 공연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예산을 언제까지나 퍼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결국 지역 공연장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호흡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최근 지역 공연장들은 시민들이 문화예술에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쏟아내고 있다. 게다가 노 대표가 추진했던 프로젝트들은 크게 성공해 전국적으로 밴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경험은 안양에 온 이후에도 지역을 중심으로 한 경영방침에 그대로 적용됐다. 물론 여기에는 낙후된 안양아트센터의 시설과 예산 부족도 한 몫 거들었다.
“처음엔 대형 공연을 유치해 안양아트센터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겠다고 생각했죠. 안양 시민들조차 센터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혔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문화정책 전략가답게 노 대표의 판단은 빠르게 돌아갔다. 곧바로 안양시민에 대한 수요자 조사 자료 분석에 들어갔다. 여기서 얻은 결론이 ‘세대별 계층별 맞춤형 공연’이다. 타깃 마케팅을 통해 시민들을 센터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안양문화예술재단
“센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 방향에서 지역과 재단이 호흡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우선 노 대표에게는 안양이 여성 친화도시라는 점에 눈에 들어왔다. 여성들이 공연장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우스 가이드를 주부들로 전환할 예정이다. 그 다음으로 주목한 것은 안양 경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소상공인들.
“우선은 센터 인근의 소상공인들과 네트워크을 만들 겁니다. 공연장이 활성화되면 주변 상권도 살아날 것이고, 그들의 수입이 늘어나면 기금을 조성하는 겁니다. 재단은 이 기금을 가지고 상인들에게 인문학 강의를 제공하는 거죠.”
노 대표는 공연장 주변 상권부터 시작해 서서히 그 범위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안양시 전역으로.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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