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최고] 수원 한일전산여고 배구부

거포·장신 없지만… 조직력으로 승승장구

지난달 26일 강원 태백체육관에서 벌어진 ‘2012 태백산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 여자고등부 결승전.

4년 만의 전국대회 우승을 노리는 ‘전통의 배구 명문’ 수원 한일전산여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팀은 ‘막강 공격력’을 자랑하는 ‘장신군단’ 전주 근영여고였다.

예선에서 근영여고에게 2-3의 뼈아픈 패배를 당한 한일전산여고는 이날 결승에서도 1세트를 5-13으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투지로 똘똘 뭉친 한일전산여고의 열세 낭자는 결코 포기할 줄 몰랐다. 가공할만한 강 스파이크를 날리는 ‘거포’도 없고 탁월한 신장을 바탕으로 한 ‘철벽 블로킹’도 없었지만, 한일전산여고에게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탄탄한 조직력’과 공을 끝까지 쫓아가는 ‘끈기’, 그리고 결코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투지’가 있었다.

결국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25-23으로 1세트를 따낸 한일전산여고는 ‘파죽지세’로 내리 2,3세트마저 따내며 근영여고를 3-0으로 완파, 지난 2008년 9월 열린 CBS배 전국중고배구대회 우승 이후 4년여 만에 감격적인 우승을 확정 지었다.

태백산배 전국중고대회 결승서 막강 ‘전주 근영여고’ 꺾어

명장 박기주 감독 열정적 지도·혹독한 훈련에 ‘배구명문’ 부활

수줍은소녀들코트들어서면눈부신팀워크‘여전사’로변신

1일 수원 한일전산여고 체육관에서 4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을 달성한 열세 낭자들을 만났다. ‘명장’ 박기주 감독의 열성적인 지도 아래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낭자들은 한 미용실에서 맞춰 깎은 듯한 앙증맞은 바가지 머리와 앳되고 수줍은 미소가 너무나도 귀여운 전형적인 여고생들이었다.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한일전산여고를 정상으로 이끈 박기주 감독에게 전국대회 우승 비결에 대해 물어봤다.

박감독은 “막강 공격력을 가진 ‘거포’도 없고 탁월한 신체조건을 가진 ‘장신 선수’도 없는 우리 팀이 전국 제패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어느 팀보다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라며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혹독한 훈련과 연습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과거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국 배구 최고 명문 구단으로 군림했던 고려증권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KT&G와 흥국생명의 지도자를 거쳐 지난 2002년부터 10년째 전통의 배구 명문인 한일전산여고를 이끌고 있는 박기주 감독의 교육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나오는 답변이었다.

이 같은 박 감독의 ‘교육철학’대로 선수들은 합숙소 생활을 하며 방과 후 4~6시간에 걸친 혹독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훈련에 집중하기 위해 인터넷 사용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 개인 휴대전화 사용까지 제한받는다고 하니 더 이상의 보충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노란 선수에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던져봤다. 그러자 노란 양은 “최선을 다해 훈련해야만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의젓하게 대답했다.

“고교 시절은 훌륭한 배구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훈련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박 감독과 그 뒤를 묵묵하게 따르고 있는 열세 낭자의 모습 위로 ‘전국 최강’의 자리를 지켜나갈 ‘전통의 배구 명문’ 한일전산여자고등학교 배구부의 비상이 그려지고 있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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