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챙겨 밀항시도 ‘파렴치한 은행장’
영업정지된 미래저축은행의 김찬경 회장(55)이 검찰 수사 등을 앞두고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해경에 붙잡혔다.
은행의 수장이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기보다는, 되레 거액의 회사 돈까지 빼돌려 해외로 도피하는 등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해양경찰청은 지난 3일 오후 9시께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 선착장에서 어선을 타고 중국으로 밀항하려던 김 회장 등 5명을 검거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김 회장은 금융위원회로부터 ‘5일 오전 9시에 열릴 저축은행 경영평가위원회에 참석, 영업정지 이전 마지막으로 의견을 개진하라’는 통보를 받은 상태였다.
금융당국은 6일 오전 6시 미래저축은행을 비롯해 솔로몬·한국·한주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6개월간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특히 김 회장은 최근 영업정지 저축은행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고객들의 뱅크런 사태가 시작되자, 지난 3일 우리은행 수시입출금(MMDA) 계좌에서 영업자금 203억원을 현금과 수표 등으로 나눠 불법 인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업정지 앞두고 미래저축銀회장 회삿돈 빼돌려
해경, 지난해 12월부터 밀항계획 첩보 입수 추적중
화성 궁평항 이동포착… 잠복근무 끝 체포작전 성공
결국 김 회장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대한 경영자로서의 책임을 지기보다는, 영업정지 이전에 거액의 회삿돈까지 빼돌려 해외로 도피하려한 셈이다.
더욱이 김 회장은 저축은행 부실수사와 관련, 자신을 비롯해 영업정지 대상으로 거론되는 저축은행 주요 관련자들에 대한 출국 금지조치가 내려진 후인 지난해 말부터 중국으로 밀항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남희 해양경찰청 외사수사계장은 “지난해 12월 부실저축은행 고위급 관계자가 밀항을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밀항 알선책들의 행적을 계속 감시해왔다”며 “첩보를 입수할 당시엔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의 밀항 정보만 있었고, 김 회장이란 것은 체포 이후 조사 과정에서 확인 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밀항 브로커 이모씨(53) 등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하던 중 김 회장과 밀항 알선 일당이 경기도 화성시 궁평항으로 이동하는 것을 포착, 선착장과 어선에 잠복한 끝에 김 회장 등 5명을 붙잡았다.
김 회장은 체포 당시 알선책과 어선 선실에 숨어 있다 붙잡혔으며, 점퍼차림의 간편한 복장으로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5만원권으로 현금 1천200만원과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어선을 이용해 공해상으로 나간 뒤, 화물선으로 갈아타 중국으로 도피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해경은 김 회장의 신병을 부실저축은행 수사를 맡은 대검 중부수의 저축은행 합동비리수사팀에 넘겼으며, 알선책 이씨(53) 등 4명에 대해선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창수기자 cs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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