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칼럼에서 지적했다시피, “그렉시트(Grexit)”라는 신조어가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동맹 탈퇴가 가시권에 들어오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연일 새로운 금융용어들이 지면에 등장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용어중 하나는 바로 ‘유로본드(Eurobond)’이다.
유로본드의 도입이 거론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즉, EU내 불량국가들은 점점 돈을 구하기가 힘들어 지는 반면 우량국인 독일로 돈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점점 가속화 되고 있다.
그리스의 10년만기 채권수익률은 이미 28%를 넘어섰고, 스페인은 6.09%, 이태리는 5.52%를 기록하는 반면 독일은 사상처음으로 제로금리인 채권을 발행했다.
이처럼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가속화되자, 프랑스를 필두로 돈이 부족한 국가들은 유로화동맹 17개국이 공동으로 보증하는 ‘유로본드’를 발행해, 이를 좀 사용하게 해 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실상의 돈줄을 쥐고 있는 독일은 단호한 거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즉, ‘유로본드’가 불량국가들의 채무를 사실상 독일의 신용으로 보증하라는 얘기기 때문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도로, 통신, 에너지 등 인프라건설에 사용할 제한적 목적의 ‘프로젝트본드’ 를 EU명의로 발행하는 데는 합의했다. 즉, 독일로서는 약간의 생색용 양보를 하되, 전면적인 ‘유로본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설사 독일이 양보해 ‘유로본드’가 실제 입안단계에 들어가더라도, 돈이 필요한 불량국가들의 바람대로 ‘무한연대보증’조항이 들어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독일로서는 자신들이 책임질 최대치를 명기해 놓는 ‘유한책임부’ 유로본드정도이면 모를까 ‘무한연대책임’조항은 상식밖의 일이므로, 불량국가들의 돈가뭄현상을 해소할 기적의 묘안은 당분간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다음으로 지면에 등장하는 용어는 ‘G유로’이다. 도이체뱅크가 제안한 내용으로, 그리스가 유로동맹에서 탈퇴하지 않고도 그리스만의 일종의 통화를 가지는 소위 2중 통화체제를 제안한 것인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로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그리스는 자체적으로 ‘향후 유로화 수입이 생길 경우 우선적으로 유로화로 변제하겠다는 약속어음’을 발행하자는 것이다.
이 ‘약속어음’을 ‘G유로’라 명명하였는데, 이 일종의 통화는 발행되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유로화 대비 할인돼 거래될 것이므로, 그리스는 사실상 자체적인 발권력을 가지게 되고, 또한 나름대로의 유로화에 대한 교환비율, 즉 환율도 가지게 되어 자체적인 가격경쟁력도 가지게 되는 반면, 유로화에서는 탈퇴할 필요가 없어져 국제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주는 사태를 피할 수 있어, 1석2조의 효과를 기할 수 있는 방안이란 얘기다.
일단 지금까지 나온 방안중 가장 우수한 방안으로 보이나 현실적으로 채택될는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한편 Citi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그리스가 만일 유로화에서 탈퇴해 ‘드라크마’로 돌아간다면 그 즉시 60%정도 평가절하가 이루어 질것이며, 그 이후로도 5년정도는 50~60%정도 평가절하된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평가절하될 원년인 2013년은 경제성장이 -10%에 달하는 극심한 부작용이 있겠지만 2015년부터는 평가절하의 위력이 발휘되기 시작해 경제성장율이 4~5%정도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요한 점은, 온갖 종류의 방안및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금융시장은 서서히 '그렉시트(Grexit)'에 대한 내성을 키워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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