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가장 잘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가?

살다보면 우리가 잘 하는 일과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이 달라서 고민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특히나 학창시절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따로 있는데 잘하지도 못하는 공부 하느라 참 많이 힘들어 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겁니다. 물론 우리가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수년 전 미국의 윌로우 크릭 교회의 빌 하이벨스 목사가 한국에서 리더십 강연을 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의 목회가 위기를 맞은 것은 교회가 어려울 때가 아니라 한창 교회가 부흥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는 정말 열심히 일했고, 교회는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자신이 점점 고갈되어 가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었답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또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고민하다가 또 하나의 질문이 생겼답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두 개의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리스트로 적어놓고 나서 빌 하이벨스 목사님 많이 놀랐다고 합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은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불신자들을 만나는 것이고,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예배를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일들을 할 때에 빌 하이벨스 목사님의 가슴은 열정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일은 성장하고 있는 교회를 관리하는 일이었습니다. 기존 교인들을 위해 설교를 준비하고, 그들을 심방하고, 상담하는 일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 리스트를 보면서 빌 하이벨스 목사님은 자신의 사역에 있어서 우선순위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기존 교인들을 위한 설교를 담당하는 목사를 구하고, 자신은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불신자들을 위한 예배 설교자로 서기 시작했습니다.

그 강의를 듣고 저도 똑같이 해 보았습니다. 당시에 학교 강의를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여기저기에서 강의 요청도 많이 들어오고 늘 수강생도 많은 소위 잘 나가는 스타 강사였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일이 제 가슴을 뛰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강의를 하러 교회 사무실을 나올 때면 늘 한숨이 나왔습니다. 제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은 바로 교회에서의 사역이었고, 성도를 만날 때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 줄 때 행복했습니다. 나의 기쁨과 에너지가 목회 현장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저는 과감하게 학교 강의를 정리했습니다. 가장 즐거운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도 그 습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낄 때마다 제가 어떤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리스트로 정리해 봅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에 끌려 다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 과감하게 그 일들을 정리해 버리고 제가 좋아하는 일들에 집중하는 작업을 계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즐거운 일을 위해 인생에서 꼭 해야 하는 의무들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기쁨을 많이 누리며 사는 인생은 누군가에 의해 수동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결정을 내리는 삶이라는 것을 명심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아침, 아니 시간 날 때 한번쯤 정리해 보세요. 그리고 결단해 보세요. 그럼 당신은 어느새 가장 좋아하는 일들을 하면서 행복해 하고 있을 겁니다.

김 병 삼 분당 만나교회 주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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