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형 원장의 투자전망대] 박스권에 갇힌 증시

증시가 박스권을 형성하기 시작하고 있다. 증시도 더위를 먹어서 인지 활력이 현저히 떨어진 모습이다.

그도 그럴것이 증시가 올라가면 신용평가사들이 스페인 은행등 유럽은행들의 신용도를 내리거나 또는 스페인및 이태리의 국채수익율이 올라가 유럽발 위기감이 다시 고조돼 증시는 하락세를 보이고, 증시가 하락하면 미국 연준 및 유럽 정상회의의 대책안이 부각돼 증시의 바닥을 만드는 모양이다.

일차적으로 형성된 증시의 박스권은 대략 종합주가지수기준 1950포인트를 상한으로, 1800포인트를 하한으로 하는 모양이 형성되는데, 증시에서는 이러한 박스권이 일단 형성하기 시작하면 당분간은 이같은 박스권의 상단 및 하단을 테스트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최근 며칠새 이어진 증시하락세가 1800포인트대에서의 지지를 확인한다면 향후의 증시흐름은 적어도 3~4개월 동안은 이같은 박스권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증시의 흐름을 가름하는 유럽의 전개상황을 매일같이 지켜보며, 박스권을 벗어 날만큼의 임팩트가 있는 대형호재나 악재가 등장할 때까지 기다리며 여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얘기를 유럽에서 잠시 돌려 유가(油價)를 한번 들여다보기로 하자.

어느덧 유가는 올 들어 고점 대비 20%나 하락하는 급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를 넘는 수준에서 현재 92달러 수준까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올 초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으로 인해 치솟았던 유가는 이후 이란사태가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돌아가고, 이에 더해 유럽의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적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짐에 따라 급락세로 돌변한 것이다.

이러한 유가의 움직임은 사실 2008년 미국 재정위기 당시와 판박이처럼 닮았다.

당시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 수준까지 폭등했으나 미국 경기의 급격한 위축으로 12월경에는 거의 100달러가량이 빠진 50달러 수준까지 폭락한 바가 있다.

즉, 유가의 움직임은 단기적으로는 석유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정치적 요인 등에 의해 영향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가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글로벌 경기에 다름아니다란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셈이다. 향후 경기방향에 대한 또 다른 가늠자로서 유가흐름을 주목할 때이다.

하태형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장, 금감원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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