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기 도둑마저 출몰, 두 번 죽는 농심

야심한 시간 틈타 절도… 농민 두번 울려

“가뜩이나 가뭄으로 인한 피해로 마음마저 갈라지는데, 양수기마저 없으면 우린 어떡합니까”

연일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도내 농가에 양수기 절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가뜩이나 찌푸려진 농심을 울리고 있다.

더욱이 농촌 특성상 대부분 고령화된 주민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같은 절도에 대응하긴 역부족인데다, 마을 인심이 흉흉해질까 봐 신고도 꺼려 더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일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의 한 농가에서는 창고에 보관 중이던 양수기가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곳에서 3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P씨(50)는 “연이은 가뭄에 가뜩이나 농민들의 마음이 무거운데 이런 일마저 발생하니 착잡할 따름”이라며 “양수기는 농번기에 농민의 밥줄과도 같은 것인데 이것마저 가져가면 뭘 먹고 사냐”고 한탄했다.

임금님께 진상했을 정도로 품질 좋은 쌀을 생산하는 이천시 설성면의 한 농가에서도 최근 물을 공급하기 위해 논에 설치된 양수기 2대가 하룻밤 새 싹쓸이 도난 당했다.

L씨(67)는 “예전부터 다른 농기구를 훔쳐가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양수기가 없어진 경우는 처음”이라며 “양수기가 없는 상태에서 논 15마지기를 어떻게 짓냐”며 분개했다.

밤새 논에 물을 퍼올려야 하는 양수기의 특성상 주인들이 상시 자리를 지킬 수 없는 것을 알고 양수기 절도는 야심한 시간에 벌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요즘들어 가뜩이나 힘든 농민들에게 이러한 일마저 생겨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빠른 시일 안에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 농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휘모기자 return778@kyeonggi.com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