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硏 ‘한국 금융시장, 대외충격에 강해졌나?’ 보고서
유로존 재정위기로 올 상반기 내 주가가 폭락하고 주식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줄어든 등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이 장기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금융시장이 종전보다 대외충격에 강해지면서 불안정성이 다소 완화됐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4일 삼성경제연구소가 펴낸 ‘한국 금융시장, 대외충격에 강해졌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금융시장은 2010년 남유럽 재정위기, 지난해 8~9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및 유럽 재정위기 심화 당시보다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환율과 주가 외에 금리와 한국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 등 다른 주요 금융 변수도 과거에 비해 안정세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자금중개시장, 주식시장, 외환시장 등 SERI 금융불안지수 분석 결과 최근 한국 금융시장은 불안정성이 다소 증가했지만 지난 5월 현재 불안 국면(12.9)을 밑도는 12.5를 보이면서 안정 국면을 유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금융시장 불안을 구성요소별로 살펴본 결과 주식시장 불안이 한국 금융시장 불안에 가장 크게 기여한다고 밝혔다.
주요 금융불안기의 요소별 기여율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4.2%, 2010년 남유럽 재정위기 시 33.3%, 지난해 미국 신용등급 강등 시 50.1%로 각각 42%, 62.3%, 42.1%인 외환에 비해 낮거나 소폭 웃돌았지만 올 들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로 재정위기에서는 주식으로 인한 불안이 64.8%로 46%인 외환시장으로 인한 불안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 외환시장은 대외충격에 상대적으로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5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고조된 후 원화는 주요 통화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면서 달러화 대비 절하율 2.58%로 3.94%인 주요 23개 통화 평균치보다 낮았다. 또 달러에 대한 환율 변동성은 0.46%로 평균치인 0.67%를 하회, 23개 통화 가운데 5번째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요 통화 중 원화 변동성이 가장 컸던 점과 대외 충격이 있을 때마다 원화가 평균 이상의 절하율과 변동성을 보였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반면 주식시장의 안정성은 주요국 대비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 주식시장은 35개 분석 대상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중간 수준의 하락률과 중간 이상의 변동성을 보였다.
최근 코스피 하락률과 변동성은 주요 35개국 주가지수 가운데 각각 19번째와 25번째로 중하위 수준이었다.
지난 3~4월 대비 5~6월 중 코스피 평균 하락률은 6.81%로 주요 35개국 평균치 7.1%보다 낮았지만, 동 기간 중 코스피 변동성은 1.35%로 평균치 1.29%를 소폭 웃돌았다.
이처럼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완화된 배경으로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한국경제 기반 ▲외환건전성 제고 조치와 금융안전망 확보 노력이 꼽힌다.
단기외채 비율,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등이 개선되고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향상된 데다 정부의 외환건전성 제고를 위한 노력과 통화스와프 등 금융안전망 확보가 주요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이 높은 데 반해 기관투자자들의 보유비중이 작으면서 외환 및 채권시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불안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의 악화 가능성, 한국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 등 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요인이 남아 있는 만큼 보완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안정적인 외화유동성 공급원을 확보하고 국제사회 협력을 통해 대외충격에 대비하고 증권투자 부문을 통한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대한 대비책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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