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고고학 통해 상상의 즐거움 느껴보길

지난 달에 모나코 국왕인 알베르 3세 대공이 전곡리 구석기유적 발굴현장과 선사박물관을 방문했다. 국가원수가 선사시대 유적을 방문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모나코 국왕이 전곡 선사유적을 방문한 것은 집안의 내력이 있다. 할아버지가 되는 알베르 2세는 실제로 구석기 학자로서 모나코에서 이태리 국경으로 가는 해안에 있는 프린스동굴유적을 발굴하기도 했다.

또한 선사고고학연구를 위해 100년 전에 프랑스 파리에 인류선사연구소를 설립하고 매년 운영비도 지원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소장이자 세계구석기고고학의 최고 권위인 드 룸레 교수가 적극 권하여 전곡유적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알베르 3세 대공은 고고학자는 아니지만 세계고고학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안내하면서 긴장될 정도였다.

지난 20세기 초에 당시 스웨덴의 황태자인 구스타브 6세가 경주의 고분발굴에 잠깐 참여하여 금관을 수습함으로서 그 무덤의 이름이 서봉총(瑞鳳塚)이 됐다. 우리나라 국가원수로서는 70년대에 경주개발을 위해 경주의 고분인 천마총과 98호분을 발굴하던 당시에 박정희 대통령이 몇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전곡리 유적에도 박정희 대통령이 지난 1979년에 발굴단을 위해 금일봉을 하사해 조사단 사무실을 지어 준 적이 있다.

유럽문화의 기초자산 된 고고학

고고학은 부유하고 시간이 많은 사람이 스스로 좋아서 사서 고생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인디애나 존스 영화를 봐도 보물이 뭐길래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죽을 고생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것이 영화의 구성이다. 고고학이 원래 보물수집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면 돈 많은 귀족의 일이었음에는 틀림없다고 할 수 있다. 고고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톰젠이라는 사람은 덴마크 왕실의 박물관장이었지만 결국 수집된 보물을 지키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덴마크의 왕실 뿐 아니라 중세 이후에 유럽의 귀족들은 이러한 골동주의에 빠져들었고 경쟁적으로 세계 각지의 유물이나 희귀한 자연물들을 모으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사조는 서구 근대과학의 기초를 만들게 됐다고 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오늘날 유럽문화가 인기를 끄는 기초자산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구의 박물관 중에는 왕립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들이 많은데 이러한 박물관에 가면 전 세계 과거의 사람들이 만든 보물들이 가득하다.

오늘날의 고고학은 과거의 골동주의와는 사뭇 다르다. 고고학은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을 찾아내는 학문이지만 그 과정에서 유물을 다루게 되고 유물은 물질로 구성돼 있어서 다양한 자연과학적 분석을 필요로 하게 된다. 과거에 대한 호기심은 이러한 과학의 발전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오늘날 고고학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탄소연대측정법을 발견한 리비라는 과학자는 노벨물리학상을 타기도 했다.

창의성 육성에 가장 좋은 학문

고고학은 인문학인 것 같지만 자연과학적인 특성이 강한 학문이다. 고고학은 과거 사람들의 생각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하지만 물질의 특성을 이해하는 훈련으로서는 최적의 학문이다. 사물을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복합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고 있는 창의성을 육성하는데 가장 훌륭한 재료가 바로 고고학적인 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유물 속에 숨어있는 과거문화의 신비는 어린이나 학생들이 쉽게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고대인의 문화는 결국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고 지나간 시간을 고려하면 변화의 과정을 유추할 수 있는 상상의 즐거움이 있다.

배기동 전곡선사박물관장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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