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서 썩고있던 6천만원…‘지폐’ 수난
한은, 상반기 훼손화폐 교환실적 총 97건
“보관 부주의, 개인재산 물론 국가적 손실”
수원시에 거주하는 황모씨는 얼마 전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다 뒷마당 땅 속에 거액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모님이 장사하면서 모은 돈의 일부를 항아리에 넣어 깊이 묻어 두었던 것. 땅을 파 항아리 뚜껑을 열어본 황씨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려 6천103만원에 달하는 지폐가 그 안에서 부패돼 있었기 때문이다. 황씨는 돈을 모두 수습해 한국은행에 교환을 의뢰해 다행히 새 돈으로 바꿀 수 있었다.
또 수원시 거주 이모씨는 부모님댁에서 보일러를 수리하던 중 장판 밑에 보관해 두었던 돈이 누수로 인해 손상된 것을 발견하고 171만원을 한국은행에서 새 돈으로 바꿨다.
17일 한국은행 경기본부에 따르면 이처럼 올 상반기 훼손된 화폐를 새 돈으로 교환한 실적은 총 97건, 8천773만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건수기준으로는 28.7% 감소했지만 금액기준으로는 80.4% 증가한 것이다. 권종별로는 1만원권이 4천858장(54.6%)으로 가장 많았으며, 1천원권이 3천101장(34.8%)으로 다음을 차지했다. 5만원권도 788장(8.9%)이나 교환됐다.
발생사유는 불에 탄 경우가 29건으로 가장 많았고, 습기 등에 의한 부패(28건), 장판 밑 눌림이나 약품 오염 등 기타 훼손(23건) 순이었다.
한국은행은 은행권이 훼손됐을 경우 남아있는 면적이 4분의 3이상이면 액면금액 전액을, 4분의 3미만∼5분의 2이상이면 반액을 새 돈으로 교환해 주고 있다.
한은 경기본부 관계자는 “보관상의 잘못으로 돈이 훼손될 경우 개인재산의 손실은 물론 국가적으로 화폐제조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며 “거액의 현금은 가급적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돈을 화기 근처, 땅속·장판 밑 등 습기가 많은 곳, 천장, 전자레인지 등에 보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