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출처도 내력도 알 수 없는 곳. 당간지주와, 탑과, 부도, 그리고 부도비와, 석조만이 유골처럼 덩그러니 남아 있다. 텅 빈 내밀의 공간에 여치 소리와 매아미 소리와 이름 모를 풀벌레가 고성방가를 일삼으며 일장춘몽 같은 폐사지의 주인이 되었다. 뭉개진 바코드처럼 아무런 인식도 무의미한 잠시 다녀가는 인생.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바람만이 묵비권을 행사하며 오랜 세월의 목격자로 남아 있다. 가야산에서 흘러내리는 강당천의 맑은 물에 다슬기와 물고기를 잡으며 뛰노는 아이들도 행복한 현세의 주인이다. 부귀영화와 혹독함도 인생무상이라는, 다만 편안하고 여유로운 사유가 생성되는 이곳에 진정한 자유를 방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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