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지리-지리산-불모산-가마봉-옥녀봉-금평항으로 이어지는 사량도 등산로는 희노애락의 인생역정 같다. 그다지 높지도 않지만 철 사다리, 밧줄타고 오르기, 수직로프사다리 등 암벽길이 잠복해 있다. 마치 험준한 고봉을 축소해 놓은 듯, 유격훈련장처럼 다양하다. 6시간을 소요해야할 정도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다소 지루한 길이기도 하다. 힘든 산행에 가끔 한려수도의 짙푸른 물빛을 바라보며 한 아름 시원한 해풍을 안는 상쾌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비릿한 갯내음 풍겨오는 쪽빛 남쪽바다, 그 섬이 그립다.
왜 힘든 산행을 하는 것일까? 어렵게 살아야 진정한 무엇을 일궈낼 수 있는 것일까? 힘겹게 정복한 것의 감동, 나는 문득 황동규 시인의 ‘시인은 어렵게 살아야 1’라는 시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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