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실천’ 정치인 같지 않은 정치인
아이들에게 차별 없이 밥을 먹이기 위해 삭발 투쟁까지 감행했던 윤 의장은 일부 사람들이 보내는 오해의 시선이나 ‘세련되지 못하다’는 지적도 개의치 않는다. 왜, 지조를 지키는데 과감하고, 불의에 대해 불같이 덤벼들고, 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의 슬픔에 눈물을 참지 못하고, 손에 든 음식을 나눠먹는 전형적인 전라도 사나이기 때문이다.
전남 고흥 출신으로 2007년 4·25 재·보궐선거에서 도의회에 입성한 재선의원으로 경기도의회 제8대 후반기 의회 수장이 된 윤화섭 의장. 과감한 실천력과 지도력을 검증받은 인물인 만큼 도민들의 기대도 크다. 윤 의장을 7월 17일 오전 의장실에서 만났다.
인터뷰 내내 그는 털털한 모습과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며 흥미진진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매끈한 세련미는 없지만 그것이 오히려 더 매력인 건 무슨 이유일까. 특유의 우직한 투박함과 서민적인 진정성이 친근하게 다가왔다.
“김 지사, 양다리 걸치고 몰매 맞을 짓만 하고 있다”
윤 의장은 인터뷰 하루 전인 7월 16일 오전 경기도청에서 김문수 경기지사를 만났다. 정치적 계절인 만큼 궁금했다. 김 지사가 도지사직을 유지한 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키로 한 상황에서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 말이다.
윤 의장은 솔직하고 거침없이 말했다.
“김문수 지사는 훌륭한 정치가이자 지난 6년간 경기도정을 원만히 수행해 온 행정가입니다. 경기도 수장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인물이 되고자 하는 일은 도민의 입장에서 무척 고마운 일입니다.
다만 대선 출마로 인한 행정 공백과 이에 따른 도민들의 불이익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김 지사의 적극적인 정치행보를 위해서는 확실한 결단이 필요합니다.”
‘확실한 결단은 ‘사퇴’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윤 의장은 직설화법으로 대답했다.
“도민을 극진히 생각하고 도민이 없으면 죽는다고 하는데 도민을 눈곱만큼이라도 생각한다면 사퇴해야 합니다. 어정쩡하게 양다리 걸치고 몰매 맞을 행동(짓)만 하고 있습니다. 연차 휴가 등을 적절히 사용해 경선 활동을 할 것이라고는 하는데…. 도민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김 지사의 올바른 책무라고 봅니다.”
윤 의장은 도민을 대표하는 경기도의회 수장으로서 혹시라도 행정의 공백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돼 도민들에게 크나큰 불이익이 생긴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한 입장도 표명했다.
두루뭉술함은 “NO”…원칙으로 승부한다
욕심을 위해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 당연시 되는 각박한 정치현실 속에서 윤 의장은 ‘원칙으로 승부한다’는 신념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제8대 후반기 도의회 의장단 선거에서도 윤 의장은 원칙을 가지고 정면승부에 나섰다.
그런데 선거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구설수를 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하고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에 대해 윤 의장은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당내 의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의원들 간 갈등을 빚는 등 마찰이 일부 있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상처받지 않았습니다. 제 생각으론 윤화섭의 ‘안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일부 저를 반대하셨던 의원님들의 입장은 서로 간 믿음의 차이라고 생각하고 충고로 받아들였습니다.
단지 일부 언론에서 의원들을 이분법적인 잣대로 편 가르기를 하거나, 확대보도함으로써 의원으로서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일련의 선거과정들이 앞으로 의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 의장은 7월 12일 치러진 제8대 경기도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 재적의원 130명 중 114명이 출석한 가운데 83%인 95명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선거 과정에서 있었던 갈등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본인을 지지했든, 그렇지 않았든 윤 의장은 ‘포용’과 ‘중용’으로 도의회를 이끌어 가겠다는 생각이다.
후반기 의장 선출 과정 도의회 갈등 ‘오히려 약’
포용·중용으로 집행부 감시·대안의정 펼칠터
그리고 1천200만 경기도민의 삶에 진정한 도움이 되도록 경기도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 그리고 정책제안의 역할을 잘 수행해 나가는 의회를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후반기 의회 운영에 있어 윤 의장에게 ‘두루뭉술함’은 없다. 원칙적으로 접근하고, 원칙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전략이다.
2009년 경기도의회 민주당 대표의원 시절, 안성시 양성면 미산리 일대 들어설 예정이었던 미산골프장 저지에 앞장섰을 때도, 2010년 경기도 무상급식 예산이 전액 삭감됐을 때 삭발투쟁을 감행했던 것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겠다는 것이 윤 의장의 다짐이다.
‘예스맨’이 아닌 ‘쓴소리맨’
도의회 후반기 의장단의 새 진용이 꾸려진만큼 윤 의장의 행보가 바빠졌다. 도의회 제8대 주요 역점 사업들의 성과를 이끌어내야 시점이기 때문에 윤 의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윤 의장은 전반기 허재안 의장이 추진했던 ‘도의원 보좌관제 도입’에 가속도를 낼 계획이다. 뾰족한 대안이라도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지난 5월 의원 보좌관제 도입 관련 소송이 대법원에서 패소해 6월 20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통합민주당과 새누리당 공동으로 대책팀을 꾸려 운영하고 다가오는 대선에서 공약으로 채택될 수 있도록 중앙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입니다.”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용기 있게 나서서 승리의 돌파구를 마련할 줄 아는 윤 의장이라면 도의원 보좌관제를 도입하는데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의회 살림 챙기랴, 지역구 관리하랴 그야말로 책 한 권 마음 편히 못 읽고, 가족들과 휴가도 못 가는 광역의원의 일상 생활. 윤 의장은 “다이나믹하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 아버님께서 은행원이 되는 것이 어떠냐고 하셨습니다. 아버지 말씀을 잘 따랐으면 평범한 은행원으로 살았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삶에 만족합니다.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안산을지구당 사무국장(2002) 시절부터 도의회 입성한 후에 고향 한번 내려가는 것이 어려운 삶이지만, 나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잘 사는 지역을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 깊은 일입니다.”
안산시와 경기도의회를 위해 밤낮없이 종횡무진하는 윤 의장은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테니스장으로 향한다. 공인으로서 타이트한 삶을 살고 있는 윤 의장. 의장도 사람인데 왜 화 나고, 스트레스 받을 때 없겠는가. 그럴 때 윤 의장은 라켓을 잡고 방향에 상관없이 공을 맘껏 치고 나면 속이 후련해진다고 한다.
땀 흘린 뒤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윤 의장의 유일한 낙이자 친구라고. 그러면서 그는 한마디 덧붙인다. “술도 체력입니다”라고(하하).
지역일 하느라 결혼기념일 한 번 근사하게 못 챙겨주는 남편이지만 더 나은 경기도를 위해 윤 의장의 쓴소리는 항상 현재 진행형이다. ‘예스맨’이 아닌 ‘쓴소리맨’으로 말이다.
[윤화섭 경기도의회 의장 인터뷰 동영상 보기]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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