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지난달 첫 도입…승진했지만, 역할 없고 책임도 없어
경기도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도입한 ‘무보직 사무관’제도로 인해 보직을 받지 못한 직원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보직을 받지못해 동료 직원들로부터 낮은 평가를 받은 사무관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등 마음고생을 적지않게 하고 있지만 ‘승진’했다는 이유로 어디에 하소연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무보직 사무관제’를 처음 도입했다.
행정안전부에서는 이미 실시되고 있는 이 제도는 행안부에서 오랫동안 인사와 조직업무를 담당해 왔던 김성렬 도 행정1부지사가 취임하면서 강력하게 추진한 제도이다.
이 제도는 도청 각 실·국 주무계 차석 자리에 사무관을 배치하는 것으로, 도는 무보직 사무관제도가 실시되면 부서 간 업무 융합과 깊이 있는 정책 개발, 인사적체 해소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지난달 23일 총 38명의 신규 사무관 중 22명을 무보직 사무관으로 배치했다.
그러나 현재 무보직 사무관들은 커지는 불만을 표출 하지 못하고 말 못할 속병을 앓고 있다.
도는 38명 중 승진 점수 순서대로 1등부터 16등까지는 보직을 주고, 나머지 22명은 무보직으로 배치해 공직사회에서 무보직 사무관은 점수가 낮은 사무관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또, 일부 실·국장들은 무보직 사무관을 배려해 프로젝트성 업무를 주거나 기존 사무관의 업무를 부여하는 반면, 또 다른 실·국에서는 무보직 사무관들에게 단순히 자료 정리 등 사무관의 격에 맞지 않는 업무를 부여, ‘승진을 하고도 할 일이 없다’는 푸념을 낳게 하고 있다.
더욱이 자리 배치 역시 일부 실·국은 무보직 사무관을 배려해 사무관 자리를 별도로 마련해 준 반면 많은 실·국들은 기존의 6급 차관이 사용하던 자리를 하나 내주었을 뿐이다.
이에 무보직 사무관들은 승진했음에도 주위의 눈치를 봐야 해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인사적체 상황에서 승진했다는 이유로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고 있다.
무보직 사무관으로 승진한 A 사무관은 “남들은 승진했으니 축하한다고 말하지만 주위 동료 보기에도 민망하고, 무보직 사무관 사이에서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어 불만이 더 높아지고 있다”며 “무보직 사무관제도는 사무관이 지나치게 많고 업무가 매우 전문적인 행안부에서나 적합한 것이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다는 것을 김성렬 부지사가 행안부 출신이다 보니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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