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 디보, 타요, 로보카폴리…. 최근 TV 만화영화의 대부분은 우리 손으로 만든 국산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감격스럽다. 기성세대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열광하며 보던 작품이 외산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씁쓸해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뽀통령’(아이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며 전 세계 120여 개국에서 방영하는 국산 애니메이션 뽀로로는 우리 아이에게 우리가 만든 좋은 만화영화를 보여주자는 엄마 아빠의 소박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뽀로로는 출시 10년 만에 완구, 출판, 패션, 뮤지컬, 테마파크, 심지어는 금융 분야에 이르기까지 200여 분야 1,000종이 넘는 상품에서 판매액 8,000억 원, 로열티 순이익만 약 150억 원을 기록하고 있는 등 견고한 롱런 브랜드 반열에 올라 있다.
뽀로로는 장난감부터 테마파크 사업까지 그 분야를 넓혀가며 내년에는 극장판 개봉을 앞둔 등, 한국의 애니메이션 나아가 국내 콘텐츠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역사를 써가고 있다.
일본은 한국 드라마인 ‘겨울연가’ 판권을 270억 원에 사들여 통해 무려 1조 2천억 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창작되었지만, 선진적인 콘텐츠 비즈니스 환경을 갖춘 일본이 더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미국의 대표 캐릭터 미키마우스는 캐릭터 상품 판매만으로 전 세계 6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디즈니는 이에 힘입어 연 10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선진국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콘텐츠 산업은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국가적 신성장 동력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류 콘텐츠가 눈부신 발전을 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도 많은 과제의 해결이 절실한 때다. 최우선적으로 작은 창작집단들이 존중되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인식 변화와 시스템 정착이 첫 번째 과제이다.
뽀로로가 열정을 가진 엄마 아빠들의 작은 창작집단에서 시작됐듯 콘텐츠 산업은 그러한 작은 집단들이 융성해야 한다. 이들이 배급, 유통 집단에 휘둘려 불이익을 당하는 풍토 속에서 산업 발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애플 앱스토어의 성공 사례가 말해주듯 우리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콘텐츠 창작집단과 유통 기업 간에 더욱 합리적인 거래 구조, 상생시스템을 만들어갈 때다. 금융의 어려움도 현실적인 장애 요인이다. 콘텐츠 자체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도 미비하고 그 가치가 숫자로 도출되었다고 해도 이를 공식적으로 기업 가치에 반영하는 제도가 아직 부족하다. 한해 150억 원의 로열티 수익을 올리는 뽀로로의 장부가치가 ‘0(제로)’라면 실감이 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경기도가 시행 중인 ‘대기업-중소기업 간 협력기반 동반성장 구축사업’과 ‘콘텐츠기업 특화 특례보증사업’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뽀로로’도 작년 경기콘텐츠진흥원 지원사업을 통해 스마트TV용 콘텐츠로 재탄생하여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한 사례가 있다. 해를 지나며 좀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하고 내실이 다져진 사업으로 발전하여, 대기업-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대한민국 상생모델의 표준이 되어주길 바란다.
콘텐츠 산업은 이제 미래의 성장동력을 넘어 지금 성과를 내고 있는 진행형 분야다. 창작 그 자체의 가치, 또 실효적 성과를 내기까지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이 소요되는 콘텐츠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제도와 시장 구성원들의 변화에 대한 노력을 기대해 본다.
김일호 경기콘텐츠기업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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