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대기업 지원형 올림픽 지원 체제

무척 더웠던 올 여름 국민들을 잠못들게하던 올림픽이 끝났다. 금메달 13개 종합 5위의 성적에 환호하는 국민들과 함께 올림픽을 후원하던 기업들도 대부분 크게 기뻐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대한체육회 소속 58개 연맹 중 27개 종목의 협회장을 기업인이 맡고 있고, 특히 육상, 빙상, 양궁 등 10개 종목 협회의 협회장은 삼성, 현대자동차, SK그룹, 포스코, GS, 한진, 한화 등 10대 그룹의 CEO가 맡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10대 그룹의 스포츠 지원액은 4천276억원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예산(8천403억원)의 절반 수준에 달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 관련 또는 총수의 개인적 인연 등을 통해 1개 협회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소위 비인기종목을 집중 지원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10대 그룹의 스포츠 지원액 중 1천325억원이 비인기종목 육성에 투입되고 있다. 이번 런던올림픽 출전종목 22개에서 한국 선수단이 차지한 28개 메달 중 22개가 10대 그룹 CEO가 협회장을 맡고 있는 7개 종목에서 나온 것을 보면, 이들 비인기종목들 중 대부분은 올림픽 금메달을 따서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하고 제품을 더 잘팔리게 하는 효자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대기업에 의존한 추격 모델 벗어나

그러나 이같은 현재의 기업-종목 연계형 스포츠 체제의 문제점은 없는지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먼저 이와 같은 체제는 기업의 지원이 결국은 소비자에게 가격으로 전가되는데 비교해 언론에서는 “대를 이은 스포츠 사랑”, “회사일은 잠시 잊고, 런던에 원정 응원” 등등의 기사로 다뤄져 대기업 회장의 개인적 미담 또는 업적으로 치장되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그동안 특정 종목을 집중지원하여 칭송을 받던 대기업 회장이 런던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회삿돈 횡령·배임으로 법정구속됐다. 또 몇 년전에는 비슷한 사건으로 구속된 대기업 회장의 선처를 위해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검찰청에 탄원서를 들고 갔던 일이 있었던 것은 현재의 대기업-종목 연계체제가 회장-종목의 연계로 혼돈되는 상황의 위험함을 보여준다.

대기업 회장에 의존하는 체제는 종목 지원과 경기력 향상의 형평성에서도 약점이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1개 따기는 했지만 최근 10여년전에 비교해 지속적으로 부진한 복싱의 경우 1997년 대기업 회장이 손을 뗀 이후에는 협회 운영이나 선수 지원이 재정적으로 어려워 부진하다는 평가다.

지속성의 문제도 있다. 기업 실적의 부진에 따라 지원도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취약한 종목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쉬운, 이미 성공한 선수의 명성에 편승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쉽다. 이미 금메달을 딴 선수는 연금, 병역, (종목에 따라서는) 프로 전향 등에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선수다. 정말로 비인기 종목 아마추어 스포츠에 대한 순수한 지원의 뜻이라면 더 많은 선수에게, 더 필요한 선수에게 이벤트성이 아닌 지속적 지원이 옳다.

선진국형 스포츠 육성 필요한 시점

그러나 무엇보다 이제는 선진국형 스포츠 육성이 필요하다. 올림픽 금메달 수에 집착하기보다는 필요한 선수들이 효율적으로 지원받고 더 많은 국민들이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체제가 무엇인지를 다시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사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비인기종목 1개씩을 선택해 메달 획득을 집중지원하는 현재의 체제는 88올림픽을 유치한 80년대 군사 정권시절에 시작된 개발도상국형 추격 모델이다. 과학기술, 기업경영에서는 선진국형의 탈추격 모형, 창조형 모형이 이미 모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체육 육성과 지원 모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근본적으로 재고하는 일이 지금 필요하다.

이희상 성균관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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