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화성 서신면 포도농가
“2년전 곤파스의 악몽이 떠오릅니다. 바람막이를 치고 있지만 얼마나 버텨줄지 걱정이 태산입니다”
27일 초강력 태풍 ‘볼라벤’의 북상 소식이 전해지면 화성시 서신면 한 포도농가에서는 농장주 H씨(55)가 태풍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장 주변으로 바람막이를 치고 비가림막을 Y자 형태로 바꾸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난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인해 포도농장이 쑥대밭이 되면서 큰 피해를 본 농장주 H씨는 폭염도 이겨내고 최근 폭우도 넘기면서 다음주 수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접한 태풍 소식이 ‘청천벽력’과도 같다.
이날 H씨는 4만㎡에 이르는 포도농장에 바람막이를 설치하기 위해 혼자 나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으며 혹시나 수확이 가능한 포도가 있는지 살피느라 분주했다.
폭염에 가을장마까지 고비 넘겼는데
수확 며칠 앞두고 청천벽력 같은 태풍
“낙과 막아라” 바람막이 설치 동분서주
농장주 H씨는 “지난 4월부터 봄 가뭄에 폭염, 최근 가을장마까지 고비를 넘기고 ‘애지중지’ 포도를 키워 2~3일이면 수확이 가능한데 태풍 소식에 힘이 빠진다”며 “포도는 강한 바람에도 떨어지지 않아 낙과 피해는 없지만 태풍의 영향으로 열매의 분이 날아가고 짓눌려 상품 가치가 떨어져 팔수가 없게 된다”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화성시 송산면 고추밭에서는 노부부가 태풍이 오기전에 하나라도 더 수확하려고 식사도 거른채 고추를 따고 있었다.
논농사와 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L씨(64)는 “고추는 따 버리면 그만이지만 벼 농사가 걱정”이라며 “농사의 절반이상은 날씨가 짓는 건데 올해는 유난히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 것 같아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벼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물고 관리를 철저히 하고 비바람이 거셀 때는 일시적으로 논물을 깊이 대 벼 쓰러짐을 예방해야 한다”며 “소방방재청의 ‘풍수해보험’이나 NH농협손해보험의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는 태풍 피해액과 가입 시 정한 보상한도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이날 볼라벤의 위력이 지난 2002년 태풍 ‘루사’나 2003년 태풍 ‘매미’에 버금갈 것으로 보고 농작물 피해 예방에 총력전을 펼쳤다.
농식품부는 농촌진흥청, 산림청, 지방자치단체, 농어촌공사, 농협중앙회 등 관계기관 인력 1만7천여명을 동원해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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