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장대비 뚫고… 거머리떼와 사투
첫 수학여행을 앞둔 초등학생의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마나슬루 등반을 위해 지난 8월10일 네팔 카트만두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줌마탐험대원 15명의 가슴은 쿵쾅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세상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 때문이리라.
현지시각으로 오후 2시께.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5시간 여 만에 네팔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했다. 마치 1960년대를 연상케 하는 번잡한 거리 풍경과 까무잡잡한 피부의 사람들, 한국의 여름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무더운 날씨. 낯설기만 한 이 모든 것들이 줌마대원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하고 있었다. 라마교 사원에 들러 히말라야 마나슬루 등반객들이라면 모두들 거친다는 무사기원 의식을 치른 뒤 숙소에 도착, 네팔에서의 설레는 첫날을 마무리했다.
이튿날. 덜거덕거리는 고물 버스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6시간여를 달린 끝에 마나슬루 등반을 위한 출발지, 고르카에 도착했다.
네팔 현지는 폭염과 소나기가 반복적으로 이어져 대부분의 산악인들이 등반을 꺼린다는 우기. 실제, 쏟아지는 장대비로 곳곳에 유실된 길이 많아 단 하루의 여유기간 없이 운행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대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향한 기대로 가득 차 있는 대원들에게 있어 이 모든 악재들은 모두 한바탕 웃음으로 넘겨버리기에 충분한 것들에 불과했다.
‘우기’ 악조건속 강행군에 미소 사라지고 피곤 몰려와
2천여m높이 고도에 이르자 어느새 피부는 검게 변해
8월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등반은 순조로웠다. 지리산, 북한산 등 전국 각지의 명산에서 지옥훈련을 거친 대원들이었기에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에서의 6~7시간의 산행쯤은 가뿐했다. 오랜 행군으로 땀에 쩌들어버린 몸은 흐르는 계곡물에 대강 씻어버리면 그만이었고, 구덩이를 파서 마련한 간이 화장실에서 용변을 해결해야 하는 불편 따윈 참을만했다.
하지만, 막강 체력과 도전 의지로 무장한 대원들을 갈수록 지치게 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퍼부어대는 소나기와 단잠을 방해하는 모기떼 속에서 해야 하는 ‘텐트 생활’과 생전 처음 당해보는 ‘거머리의 테러’였다.
매일 쏟아지는 소나기는 땀에 쩌든 등산복과 등산화를 말릴 틈조차 주지 않았고, 상상을 초월하는 모기떼의 습격은 피곤에 지친 몸에 편안한 잠을 허락지 않았다. 또 영화에서만 보던 거머리의 테러는 대원들을 소스라치게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모든 악조건을 견디며 수백m에서 1천여m로, 1천에서 2천여m로 점차 고도를 높여가는 사이, 대원들의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고, 피부는 점차 거무튀튀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또 환한 미소로만 가득하던 대원들의 얼굴에서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지기 시작했고, 줌마대원들의 몸에서는 향긋한 화장품 냄새 대신 땀과 습기에 찌든 고린내가 풍겨나고 있었다.
강정국 등반대장은 “히말라야의 많은 산 중에서도 마나슬루는 일반인들이 등반하기에 가장 어려운 코스를 가진 산으로 꼽힌다”면서 “그중에서도 소나기와 거머리, 모기떼 등 악조건을 모두 이겨내야 하는 ‘우기’ 때의 등반은 훨씬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원들 모두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는 사이 12일부터 21일까지 이어진 등반은 어느새 4천m 고지를 넘어 이번 도전의 하이라이트로 치닫고 있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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