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재개발 동의한 것밖에 없는데…” 조합 해산비용 부담 ‘분통’
재개발 구역 15만가구 주민 매몰비용 놓고 주민간 갈등 일부조합 방만운영 피해도
인천지역 대부분의 재개발·재건축 구역에서 매몰비용을 놓고 주민 간 반목현상이 불거지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재개발하면 큰돈 들이지 않고 번듯한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을 거라는 꿈에 부풀어 있다가 새집은 날아가고 매몰비용 폭탄만 떠안아야만 하는 실정이다.
인천 S 구역의 23.1㎡(7평)가량 되는 작은 빌라에 사는 A씨(37·여)는 재개발을 하는 게 좋은지,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처음에는 돈을 보태 79.2㎡(24평)의 아파트를 분양신청하려 했으나 감정평가에서 A씨의 빌라는 ㎡당 550만원 밖에 인정받지 못했다. 새 아파트가 ㎡당 1천만원을 넘을 것을 감안하면 추가 분담금이 1억원을 넘는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사업중단에 동의하자니 최소한 500만~700만원가량의 매몰비용을 내야 한다. 홀가분하게 집을 팔고 이사를 하려고 해도 한때 1억원까지 시세가 올랐던 빌라를 6천만원에 내놨지만 1년이 넘도록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A씨는 “재개발하자고 해서 동의한 것밖에 없는데, 왜 내가 조합 해산비용을 수백만원씩이나 물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인천지역 167개 재개발 구역 15만 세대(추산)가 대부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업 중단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재개발 구역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매몰비용을 분담할 수 없다며 조합을 상대로 회계감사를 청구하거나 횡령·배임 등으로 고소하려는 곳이 늘어나는 등 주민 간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
남동구 Y 구역 비대위도 조합이 쓴 65억원의 대부분이 부당하게 사용됐다는 증거를 수집,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초 부평구 모 구역 조합장 등이 시공업체 선정 대가로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조합 운영비를 주먹구구식으로 썼다가 형사처벌되는 등 조합의 방만한 운영으로 주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Y 구역 비대위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사업중단을 논의하다가도 매몰비용 얘기만 나오면 서로 의견이 달라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많다”며 “법원에 가서라도 조합이 돈을 정당하게 썼는지 밝혀내고 매몰비용 부담을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kmk@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