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웃 사람’이 인기다. 지난달 23일 개봉해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 ‘이웃 사람’은 14살 여중생이 이웃집 아저씨에게 무참히 살해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건축을 앞둔 강산맨션, 101동 202호에 사는 경희는 딸 여선을 연쇄살인마의 손에 잃고 괴로워한다. 사건 당일 여선을 데리러 가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녀는 죽은 여선이 집으로 걸어 들어오는 환영을 보며 두려움에 떤다.
살인마는 아래층 102호에 사는 이웃 남자 승혁.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그는 여선과 또래인데다 닮기까지 한 소녀 수연을 또다른 희생양으로 노린다. 승혁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가방가게 주인과 피자배달원은 섣불리 신고하지 못하고, 그가 범인임을 확신한 경비원 역시 숨기고 싶은 과거 때문에 경찰에 연락하지 못한다. 그 사이 302호에 사는 사채업자가 엉뚱하게 범인으로 몰린다.
지난주 이 영화를 봤다. 연쇄살인범이 잔인하게 사람을 죽일 때마다 눈을 가려야했고, 또 누군가 살해되지 않을까 영화보는 내내 명치 끝이 불편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가슴이 답답해 깊은 심호흡을 해야 했다. 이 오싹한 스릴러는 잘 만들었다는 평가지만, 보기 힘든 영화였다.
최근 잇따르는 강력 성범죄는 영화보다 끔찍하다. 지난달 30일 나주에서 잠 자던 7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한 고종석도 이웃이었다. 일용직이던 그는 일이 없을 때면 나주의 친척집을 찾았고, 그때마다 피해 아동의 부모와 서로 안부까지 물었다. 지난 7월 통영에서 등굣길 초등생 여아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점덕도 평소 친절한 이웃아저씨였다. 아버지가 종일 일터에 나가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피해 아동은 김씨의 집에 찾아가 음식을 먹기도 했다.
성인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인천의 다세대주택에서 20대 만삭 임신부를 성폭행한 범인은 50여m 떨어진 곳에서 살던 동네 주민이었다. 이달초 동두천의 연립주택에서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김모씨는 부친의 지인이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아동성범죄는 이웃사람 등 면식범에 의한 경우가 10건 중 4건 이상이다. 대검찰청 ‘2011년 범죄분석’에서도 아동성폭력 범죄 27.6%가 이웃 등 아는 사람에 의해 저질러졌다. 전체 성폭력 범죄도 가해자 20%가 이웃 등 원래 알던 사람이었다.
‘이웃 사람’이 더 겁나는 세상이다. 골목길 인심도 흉흉해졌다. 이웃 사촌이란 얘기는 이젠 옛말인가 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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