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V11 _우리가 주인공] ① 레슬링의 자존심, 수원 경성고교

7인의 전사 ‘레슬링 명가’ 전통 잇는다

한국은 지난달 막을 내린 ‘제30회 런던올림픽’에서 종합순위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내며 ‘스포츠 강국’으로의 위상을 드높였다. 명실상부한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매김한 우리나라 내에서도 ‘전국체육대회 10연패’에 빛나는 경기도는 두말할 필요 없는 전국 제1의 ‘체육 웅도’다. ‘전국 체육인들의 축제 한마당’인 제93회 전국체육대회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경기도는 이번 전국체육대회에서 11연패의 위업을 달성, 체육웅도의 자존심을 지켜 나갈 계획이다. 이에 본보는 경기도의 전국체육대회 11연패 달성을 이끌 주인공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10편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 4일 오후 4시께 용인대학교 체육관 내에 자리 잡은 레슬링 연습장. 그동안 선수들이 쏟아낸 땀방울의 무게를 반영이라도 하듯 꼬리 꼬리 한 땀 냄새가 진동하고 있는 연습장에서는 레슬링 선수 특유의 오그라든 귀와 다부진 체격을 가진 선수 20여 명이 매트 위에서 구슬땀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앳된 얼굴의 선수 7명이 용인대 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무서우리만큼 진지한 표정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려보여도 이번 전국체육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이상을 노리고 있는 전국 최고 수준의 선수들입니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녀석들이지요” 애정 어린 눈으로 선수들을 지켜보던 김상희 감독(16회 졸업)은 설명했다.

이처럼 이번 ‘제93회 전국체육대회’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기 위해 혼이 담긴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40년 전통의 인문고등학교에서 디자인 특성화고로의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는 수원 경성고(2013년 3월 홍익 디자인고로 명칭변경 예정) 레슬링부 학생들이다.

유명선수 배출 30여년 레슬링 명문

용인대 등 원정훈련 척박한 현실속

전국체전 금 2개 이상 목표 ‘구슬땀’

지난 1981년 창단한 경성고 레슬링부는 명실상부한 ‘전국 최고의 레슬링 명문’이다. 지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암 투병 중에도 값진 금메달을 따내며 국민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던 고 송성일 선수(그레코로만형 100kg급)를 비롯, 지난 1987년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이상호(자유형 48kg급), 1989년 세계에스포 은메달에 빛나는 이재영(그레코로만형 84kg급) 선수 등이 모두 경성고 출신이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 실제, 경성고는 지난 2010년 전국 레슬링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종합우승을 일궈낸 것을 비롯, 지난해 전국체육대회에서 금 1, 동 1개를 따내는 등 각종 전국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거두며 ‘레슬링 명문’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경성고 레슬링부는 학생 전원이 전국의 체육 명문대로 진학하고 있는 것으로 더 유명하다. ‘지식을 겸비한 체육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교육 철학 아래 진학 문제에 각별한 신경 쓰고 있는 윤종호 교장과 김상희 감독의 숨은 노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김상희 감독은 “레슬링에만 치중하기보다는 선수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며 “후배들이 국제대회를 목표로 레슬링에만 매달리다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게 되는 불상사는 없어야 하니까요”라고 말했다.

이처럼 뛰어난 성적은 물론 수많은 체육 인재를 배출해내며 ‘레슬링 명문고’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경성고에도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교 규모의 축소로 예산이 줄면서 운동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교내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채 수원실내체육관과 용인대 체육관을 오가며 훈련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윤종호 교장은 “신용업 교수의 도움으로 용인대 체육관을 사용하면서 대학생 선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 등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웨이트 장이 없어 수원실내 체육관에서 체력 훈련을 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레슬링과 같은 비인기 종목에도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미래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윤 교장과 김 감독의 애정 어린 지도 아래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뒤로 한 채 체육관을 나서며, 이번 제93회 전국체육대회를 자신들의 무대로 만들며 ‘레슬링 명문’의 위상을 드높일 경성고 레슬링부 선수들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고 있었다.

박민수기자 kiry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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