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영주 무섬마을

영주에서 무섬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승객이라야 대여섯 정도지만 까맣게 탄 얼굴들이 정겹고 친숙하다. 시골할머니들 속에 중년의 아주머니 한 분이 눈에 띈다. 무섬 친정집에 가는 길이라며 안내를 자청했다. 내성천 외나무다리는 장맛비에 잠겼고, 백로 한 마리가 황톳물에 떠오르는 물고기를 긴장감 있게 응시하고 있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도 멋지고 박 넝쿨 올라간 초가집도 향수적이다. ㅁ자 기와집이 궁금하여 기웃거리는데 마루에 앉아계신 할머니가 들어오라 손짓 하셨다. 대처에 나간 아들이 올 것이라며 부추김치를 나눠담고 계시다가 내게도 한입 맛보여주신다. 칼칼한 손맛이 그윽이 전해온다. 맨드라미 핀 뜨락에 마지막 폭염이 내려앉는 반촌(班村)의 한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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