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다가오는데… 피 마르는 中企

매출 줄고 수금 ‘빈손’… 상여금 커녕 급여도 걱정

정책자금도 일찍 소진돼 추석자금 마련 어려워

인천지역 중소기업들이 추석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살균기 전문제조업체인 A사는 지난해보다 올해 30% 이상 매출이 줄어든데다 거래처로부터 판매대금 회수가 늦어지면서 추석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조금이나마 직원들에게 추석상여금을 챙겨줬지만, 올해는 급여를 제대로 주는 것도 힘겨운 상황이다.

A사 대표는 “경기가 좋지 않아서 올해는 직원들 월급도 못 올려줬기 때문에 명절 상여금이라도 주려고 했는데 자금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며 “거래처에 판매대금을 독촉해봤지만, 사정이 안 좋기는 우리나 거기나 비슷비슷한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남동공단의 B 설비업체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추석자금을 구해보려고 금융기관이나 정책자금 등을 알아봤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12일 중소기업중앙회 인천본부가 지역 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추석자금 수요 등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 기업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매출이 줄고, 판매대금 회수가 지연된 까닭이다.

추석 상여금을 줄 계획을 세운 기업은 절반가량에 불과했다. 2~3년 전만 하더라도 70%가량의 기업이 추석 상여금을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사정이 매우 심각하다.

중소기업을 돕는 정책자금도 일찍 소진돼 자금난을 부추기고 있다. 인천시는 올해 중소기업 경영지원자금으로 7천억원의 예산을 세웠지만 지난 5월께 모두 소진됐다. 지난해 6천억원의 예산으로 11월까지 자금을 지원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자금이 빠져나갔다.

인천신용보증재단의 중소기업 특례보증도 극히 소량만 남아 있어 며칠 안으로 한도가 끝날 전망이다.

그나마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정책자금은 아직 여유가 있어 자금을 지원받으려는 중소기업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중앙회 인천본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으니 판매대금이 걷히지 않고, 돈이 없으니 거래처에 지급할 대금이나 직원 상여금 등을 못 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에 추석은 명절이 아닌 고비”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km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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