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에 푹 빠진 한옥문화원, 고양시민은 즐거워~
■도내 유일 한옥 문화원, 전통문화의 꽃 피우다
도심의 콘크리트 덩어리 사이에서 자연과 인간을 품은 한옥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옥의 선과 빛에 반해 다가가니 정겨운 우리 소리가 들려온다. 여긴 어딜까? 가만히 둘러보니 ‘고양문화원’이라는 문패가 보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문화원이라면 3~4층쯤 되는 건물에 문화강좌를 하는 곳인데, 한옥 건물에 넓은 마당까지 있다. 쭉 둘러보니 문화원 옆에는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까지 자리 잡고 있어 바라보는 풍경도 아주 그만이다.
고양문화원은 서예가 이경무 옹이 전통문화를 위해 써달라며 50억원을 기부하고, 고양시가 20억을 지원하면서 지난해 건립됐다. 문화원이 독립된 공간을 갖는다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도내에서 유일하게 한옥으로 지어진 것.
전통문화 전수실은 물론, 공연장까지 갖춘 고양문화원은 인근 호수공원, 킨텍스, 한류월드 등과 연계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한옥 문화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야외 놀이마당은 물론 폐백실까지 마련돼 문화체험과 전통 혼례식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까지 할 수 있어 고양시가 전통문화의 꽃으로 피어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류연일 사무국장은 “도내에서는 한옥으로 지어진 문화원으로 유일하다”며 “최근에는 타지역 문화재단에서 한옥 건물을 벤치마킹 하기 위해 견학을 오겠다는 연락까지 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옥이 공간 효율성에서 떨어지긴 하지만 방문하시는 분들이 보고 감동하신다”면서 “시민들도 고양시에 이렇게 멋진 건물이 있다는 데 대해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해 여름, 7월부터 9월까지 고양문화원의 금요일 밤은 시원하고 재밌었다. 황진이 퓨전국악 밴드, 고양 12채 연희단, LED타악 카타 등이 다양한 연주를 선보이며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것.
마지막 공연이 있던 지난 14일 저녁 7시, 디지털 악기와 어쿠스틱 악기로 가슴이 확 트이는 타악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었다. 귀만 즐거운 공연이 아니라 눈까지 즐거웠다. 그들이 사용하는 악기가 바로 LED 바디드럼과 LED 북 등이었기 때문. 어린이 관람객들은 빛을 따라 눈동자를 돌리며 평소와는 다른 연주에 즐거워했다.
이어서 무대에 오른 김진희 무용단. 등장부터 화려했던 무용단은 꽃춤, 교방춤, 남무, 소고춤을 재구성한 가인지무(佳人之舞)로 관람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국 고유의 서정과 신명이 그들의 손끝에서 춤사위로 아름답게 펼쳐졌다.
홍순호씨(여·62)는 “친구들과 호수공원에 산책하러 나왔다가 소리가 들려 오게 됐다”며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전통춤을 보여주니 정말 아름답다. TV에서만 보던 것들을 실제로 봐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고양 12채 연희단이다. 입담 좋은 봉사가 나와 마치 눈이 보이는 것처럼 이웃과 말을 주고받으면서 고양시를 소개하더니 어린이 관람객들을 무대에 올려 공연을 이끌어간다. 어린이는 무대에 올라가서 이야기하느라, 어른들은 재치있는 말솜씨를 들으며 깔깔깔 웃느라 정신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에 질세라 장구를 치던 단원이 앞자리를 차지하더니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장구를 치며 팬들의 박수를 유도하고 나섰다.
관람객들의 열기가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 사자 한 마리가 나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춤을 춰 어린이 관람객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공연 내내 손뼉을 열심히 치던 이지훈군(7)은 “사자가 갑자기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서 엄청나게 웃겼다”며 “뛰어다니며 줄을 돌리는 아저씨(상모)들은 자빠질 것 같아서 무서웠는데 재밌었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5살짜리 쌍둥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유영록씨(45·여)는 “지난 7월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아이들과 이곳을 찾았다. 아이들하고 전통문화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아이들도 보여주고 저도 오랜만에 가야금 소리를 들어서 좋았다”며 “아이들이 꽹과리를 좋아했는데 마지막 공연이라 아쉽다”고 전했다.
2013년 고양시가 ‘고양’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지 꼭 600년이 되는 해다. 고양은 선사시대 때부터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우다 600년 전 지방행정체계개편에 따라 고양이라는 명칭으로 정해지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고양 600년은 오래전부터 수도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현재의 고양시는 서울의 위성도시라는 이미지를 넘어 ‘국제적 문화 예술도시’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고양문화원은 3년간 이어왔던 전통문화 상설공연과 더불어 다양한 전통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기 위해 고양시에 관련 예산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또 고양 600주년에 맞춰 시민들이 전통혼례식을 치를 수 있도록 전통혼례사업도 준비 중이다. 고양문화원의 전통혼례식은 다문화가정, 외국인 등이 하는 다른 기관과의 전통혼례와 사뭇 다르다. 이미 결혼한 부부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초혼을 화려한 전통혼례로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지원하는 것.
방규동 원장은 “고양 명칭을 사용한 지 600년이 되는 2013년에는 고양문화원에서 더 많은 전통문화공연을 열 계획”이라며 “시민들이 계속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민 모두가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고양문화원을 사랑해 고양시 전통문화가 계속 발전할 수 있길 기원한다”며 “내년에도 고양문화원을 더욱 사랑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사진=추상철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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