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청년미술의 딜레마

한국 현대미술은 제도권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젊은 미술가들의 반체제적 저항과 집단적 발언에 의해 기술되어 왔다. 1950년대 후반 일제잔재의 청산과 반국전이라는 기치로 출발한 앵포르멜운동과 이에 대응하여 1960년대부터 일기 시작한 모노크롬회화, 아방가르드라는 가치개념으로 60년대 말과 70년대를 장식한 실험주의적 개념미술, 그리고 미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각성으로 출발한 80년대의 반모더니즘적 참여미술과 8, 90년대를 뒤흔든 포스트모더니즘 열풍이 그 방증일 것이다.

이들은 작금의 문화구조 속에서 미술의 제도화 현상을 비판하고, 나아가 미술을 사회적·정치적 저항에 개입시킴으로써 사회 속에서 미술의 위상을 새롭게 정초시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아방가르드적 열정과 감각은 있었지만, 자신이 거처하고 있었던 구체적 사회현실의 정치·문화적 의미와 자신의 작업을 연계시켜 조망하기에는 인식적 성숙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은 당시의 청년작가들이 서구 전위미술의 표피적 현상의 영향 하에 있었던 것과도 연관이 되고,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제도권 미술에 부화뇌동하면서 선배들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는 데에서 한계를 노정하기도 한다.

예술 상업화에 매몰된 젊은 작가들

근자에 눈에 띄는 젊은 작가들은 심오한 자기반성이나 성찰의 부재 속에서 작가 스스로의 상품화 전략과 국내외 화랑의 프로모션을 통해 부상한 사람들이 많다. 전략화된 키치, 표피적 참여미술, 대상의 나열로서의 사진, 비소통적 개념주의, 전략적 지역성 혹은 국제성의 혼성과 신감각주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추진하는 전술이자 주목받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키치적 컬트적 청년미술에서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디지털매체의 매력 강조, 사진, 조각, 회화 등의 혼성 및 전시 연출력은 지역성과 국제성의 접합을 중시하는 동시대미술의 광범위한 시스템 속에서 쉽게 어필할 수 있는 작가적 역량의 지표로 인정된다.

우리는 2000년대라는 특유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예술의 문화적·사회적 콘텍스트를 문제 삼거나 가치 있는 담론을 생산해내려고 하기 보다는 예술의 상업화에 따른 평준하향화의 시스템에 영합하여 영혼을 팔아먹는 21세기형 파우스트는 아닌가 반성해 볼 때다.

오늘날 많은 수의 젊은 작가들은 현대미술에 대한, 특히 모더니즘의 언어와 제도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예술의 자율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회의와 미술판에 대한 대안 없는 냉소, 그리고 전위미술의 생산적 가치와 텍스트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자위적이고 비생산적인 예술놀음에 빠져있다. 속물인자의 출현으로 예술의 보편적 진리가 희망의 기대치를 가질 수 없는 미증유의 양상으로 파편화되고 있다.

사회 안 미술 역할 냉정히 조망해야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이제는 사회 안에서 미술의 역할을 냉정하게 조망해야 하는 발상의 전환과 실천적 자기성찰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바야흐로 한국의 청년미술은 한국사회라고 하는 시공간적 환경과 맥락, 그리고 그 항상성 속에서 드러나는 동일성과 차이, 속도와 균형, 감동과 분열의 양상을 찾아내고 반성적 도약을 해야 할 시기다.

수원문화재단에서는 젊은 신진예술가의 작업의욕을 고취하고 수원지역 작가의 창작역량을 강화하고자 ‘2012년 신진예술가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진예술가와 아트코디네이터는 창작 작업상의 동조, 협업을 통해 예술적 역량을 강화하고, 내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하면서 가시적인 결과물 위주의 창작활동에서 벗어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가치와 진정성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경모 수원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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