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우수한 고교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요인은 이공계의 낮은 취업률이다. 2011년 이공계(자연계열, 공학계열) 대졸자의 취업률은 52%다. 전체 대졸자 취업률 54.5%보다 낮다. 게다가 전문대 이공계 졸업생의 취업률(59.4%)보다도 낮다. 반대로 의약계열의 취업률은 76.7%이다. 이러니 공부 잘하는 고등학생들이 의약계열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2011년 서울대 자퇴생의 86%가 이공계 전공자다.
그렇다고 이공계 인력 배출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2011년 이공계 대졸자는 10만5천662명이다. 지난 20년간 6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또한, 대졸자 중 이공계 비율은 37.4%로 OECD(23.9%)보다 높다. 과학입국이라는 국가 정책과 수출중심의 산업구조 덕분이다.
‘낮은 취업률’과 ‘넘치는 인력’을 얼핏 보면, 공급과잉이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는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이다. 대기업은 그나마 낫다. 지방 중소기업이 이공계 연구인력을 구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기술창업 이끌 연구인재들 양성 위해
이러한 미스매치가 발생한 이유는 구조적 모순 때문이다. 이공계는 특성상 학습만으로 인재를 기르지 못한다. 실험과 체험이 필요하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우수한 이공계 인력은 대부분 대학원에 진학한다. 이공계의 대학원 진학률이 여타 계열을 압도하는 이유다. 따라서 이들은 적어도 6년 교육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이공계 인력은 더욱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급하게 된다. 그래서 이들의 눈높이가 높을 수밖에 없다. 본사가 울산인 현대중공업도 서울에 엔지니어링센터를 열었다.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연구인력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다. 삼성전자가 서울에 R&D 센터를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공계 우수인력이 중소기업을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 중소기업의 연구인력은 매월 20만원 소득공제를 받는다. 년으로 환산하면, 240만원이다. 대기업과의 연봉 차이를 감안하면, 소득공제는 큰 장점이 아니다. 그나마 중소기업은 병역특례 제도를 활용해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특례기간이 끝나면, 연구인력 대부분은 대기업으로 눈을 돌린다.
중소기업도 연구인력이 필요한 것은 매한가지다. 소품종, 소량생산을 하는 중소기업에게 연구성과는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 그래서 연구인력의 중소기업 기피와 잦은 이탈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연구인력은 장기적으로 볼 때 기술 창업을 이끌 인재들이다. 따라서 이공계, 특히 연구인력에 대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공계 인력의 가장 큰 고민은 입대다. 이공계 인력은 대학원 졸업이 일반화됐기 때문에 늦은 나이에 입대를 해야 한다. 열심히 배운 것을 맘껏 펼치지 못하고 군대에 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입대는 경력의 단절이다. 우리는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징병제를 실시하는 이스라엘을 보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수한 기술인력이 국방 R&D 분야에서 근무하고,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군 복무 기간 중에도 자금을 지원해 준다. 또한, 군 복무 후 이러한 기술을 상업화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스라엘의 입대는 경력의 단절이 아닌 창업을 준비하는 기회다. 창업선진국으로 통하는 이스라엘의 명성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이공계 인재에 투자 아까지 말아야
한국은 부존자원이 부족한 국가이다. 그나마 수출 덕분에 선진국 문턱에 진입해 있다. 치열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결국, 이공계 인재에 대한 투자는 더는 늦출 수 없는 한국경제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