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추풍령역 증기기관차 급수탑

지난 겨울, 쿠바를 여행했었다. 아름다운 트리니다드에서 증기기관차를 타고 드넓은 평원을 달렸다. 노예감시탑에 올라 사방이 탁 트인 사탕수수밭을 바라보던 추억도 멋졌고 시간을 뉘어 놓고 천천히 달리던 증기기관차의 낭만은 더욱 잊을 수 없다. 희뿌연 연기와 아련한 기적소리 들리는 세월을 당겨보면 우리나라의 기찻길에도 증기기관차가 있었다. 그 자취는 여러 곳에 있지만 추평령역 급수탑은 근대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추억의 장소이다. 거슬리는 것은 추풍령역이다. 인적 드문 간이역에 이런 거창한 역사가 왜 세워져야 했는지. 대합실에 걸린 사진 속의 옛 역사는 소도시의 풍경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는데 편리성만 찾는 시대가 저지른 어색하고 낯선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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