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후 ‘中企’ 은행대출 ‘별따기’

“신용장 거래 인정 안해”… 리스크 관리 강화로 중소기업 외면

수원에 위치한 직원 25명 규모의 중소 무역업체 P사는 최근 은행대출을 받지 못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15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은 후 제품제작비를 대출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그간의 실적이 없다며 거절당한 것.

미국 측 바이어가 발행한 4억원 규모의 신용장이 있었지만 시중은행마다 대출은커녕 상담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 P사는 결국 바이어에게 5억원을 선지원 받았고 제품 납품단가를 0.5% 낮춰야 했다.

P사 관계자는 “무역업체는 신용장 거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데 아예 인정을 해주지 않으니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중소기업 은행대출 받기는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당수 대형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외면하면서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악화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스탠다드차타드(SC), NH농협, 신한, 외한, 우리, 하나 등 6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4년여 만에 대폭 감소했다.

은행별로는 외한은행이 20조7천억원에서 13조5천억원으로 34.7% 급감해 6개 은행 중 가장 큰 폭으로 줄었고 농협은행이 51조9천억원에서 48조5천억원으로 6.5%, SC은행이 6조7천억원에서 6조4천억원으로 4.4%, 신한은행이 52조5천억원에서 51조2천억원으로 2.5% 감소했다.

또 우리은행은 58조에서 57조2천억원으로 1.5%, 하나은행은 29조8천억원에서 51조2천억원으로 2.5% 줄었다.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금융위기 이후 리스크관리를 강화하면서 중소기업 대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업체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지원기관의 대출 사업을 살피고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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