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기업메세나가 대안이다

금년 문화예술에 기업이 지원하는 메세나 활동에서 예술단체와 결연해 지원한 중소기업수가 지난해에 비해 13곳 늘었다고 한다. 반면 대기업 지원금은 지난해에 비해 2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올 기업-예술단체 결연커플은 대기업-단체 24쌍, 중소·중견기업-단체 73쌍으로 총 97쌍이었는데, 이중 대기업은 지난해보다 1개사가 느는데 그쳤고 결연 지원금액은 2억원 가량 줄어 현재 약 24억7천만원 수준이다. 반면 올 중소·중견기업 중 메세나 활동 기업수는 총 73곳에 달했고 예술단체에 지원한 금액 역시 18억8천만원 수준으로 소폭 상승했다. 이로써 올 기업 메세나 활동을 통해 예술단체 지원금은 총 44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우리의 경제규모를 고려해 볼 때 참 보잘 것 없는 실적이다.

자발적 문화지원 통해 문예발전 도모

메세나(mecenat)의 개념은 기업이 이타의 목적으로 문화, 예술을 지원하는 활동을 말한다. 즉 메세나는 후원과 비슷한 ‘문화예술에 대한 두터운 후원과 원조’를 의미하기 때문에 영어의 패트로니지(patronage)와 동의어로 사용되며, 박애정신(philanthropy)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 증진이나 광고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금전이나 현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협찬이나 스폰서십(sponsorship)과 다른 시혜적 성격으로 이해된다.

패트로니지든 스폰서십이던 간에 중요한 점은 기업의 입장에서 협찬이나 후원은 타율적인 접근인 것에 비해 기업메세나는 자율적인 접근이라는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따라서 메세나의 원천적인 의의는 기업이 자발적인 문화지원을 통해 문예의 발전을 도모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자선 관점의 사회공헌적 성격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하던 그렇지 않던 간에 기업의 메세나 운동 참여는 기업이미지를 제고시키고 브랜드의 가치를 향상시킨다. 따라서 오늘날의 기업은 메세나활동을 통해 기업이윤의 사회 환원이라는 기존의 개념에 문화예술의 이미지를 이용해 기업과 그 브랜드, 나아가 국가이미지를 제고하는 전략적인 마케팅으로까지 발전했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의 기업은 이윤의 사회적 환원을 통하여 자사의 발전을 도모하는, 즉 철저한 기업정신(이윤추구)에 바탕을 두고 메세나 운동에 참여한다는 역설적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 메세나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는 지역은 단연 유럽이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각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국가주도의 강력한 예술후원제도가 이뤄져 왔기 때문에 국민 역시 예술후원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유럽에서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조차 기업메세나 운동에 적극적인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우리의 경우와 상당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문화와 기업 ‘상생의 길’ 찾아야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우리의 현실에 맞지 않으면 적용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되 우리의 현실에 맞는 문화와 기업의 바람직한 파트너십의 형태는 무엇일까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문화인의 입장에서도 냉정하게 기업과의 상호 입장을 생각해보고 상생의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영리의 추구이지 자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기업이 얼마의 액수로 참여했는가의 문제보다는 기업과 문화예술계가 어떤 방식으로 서로 이해하고 협력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향후 기업 메세나운동의 성패를 가늠하는 단서가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선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기업메세나 운동에 참여해야 하며, 문화예술계는 기업 경영상에 어떤 이익을 줄 것인가를 개발하고 이를 기업에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문화와 기업이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로 이루어질 때 진정한 의미의 기업메세나는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경모 수원문화재단 본부장·예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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