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GCF 2차 이사회에서 24개 이사국 대표들은 인천 송도에 GCF 사무국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유치 후보국은 한국을 포함해 독일, 스위스, 멕시코, 폴란드 나미비아 등 6개국이었으며 최저 득표 국가부터 탈락시키는 멀티플 라운드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됐다. 마지막까지 남은 한국과 독일 2개국을 놓고 결선투표를 벌인 결과 인천 송도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GCF 사무국 유치국가로 낙찰, 국내 최초로 국제기구 본부를 유치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에 따라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인천시는 송도국제도시가 UN GCF 사무국 외에도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저감 체계 등 녹색성장의 대표주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CF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는 환경 부문의 ‘세계 은행’과 같은 기구다. 기금규모는 2020년까지 1천억 달러. 2020년부터 연간 1천억 달러씩 조성하게 된다. 활동 범위나 기금 규모면에서도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B)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천은 다음달 26일부터 12월7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UN 기후협약(UNFCCC) 제 18차 당사국총회에서 사무국 유치도시로 최종 인준을 받을 예정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GCF 사무국 인천 유치가 확정되자 곧바로 인천 송도컨벤시아를 전격 방문해 유치를 축하하고 박재환 기획재정부 장관과 송영길 인천시장 등의 관계자들의 공을 치하했다.
이 대통령은 “기후변화가 인류 전체의 숙제라는 점에서 GCF는 앞으로 가장 성장할 수 있는 국제기구”라며 “대한민국 역사 이래 처음으로 세계 최대 국제기구가 들어오게 된 만큼 인천 송도는 국제 유수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GCF가 한국에 자리잡게 된 만큼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큰 책임도 함께 받은 셈”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 모두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기여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들어서는 첫 국제기구 본부가 인천에 둥지를 틀기로 한 만큼 인천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GCF와 함께 세계은행(World Bank) 한국사무소 등 관련 국제기구 및 기업들이 송도국제도시에 자리잡을 가능성도 커졌으며 인천과 서울을 잇는 GTX 건설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여·야, 민·관을 떠나 모두가 헌신적으로 힘을 합쳐 이뤄낸 성과이자 모범사례”라며 “GCF 사무국이 들어설 아이타워 빌딩을 지을 때만 해도 부동산 불경기에 대형 건물을 지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는데 제갈공명이 적벽대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던 것이 GCF 유치라는 좋은 결실을 맺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인천시가 GCF 사무국을 유치할 수 있던 결정적인 요인은 투표를 진행하는 GCF 2차 이사회를 송도국제도시에서 개최한 점이다.
당초 2차 이사회를 7~9월께 열고 10월 독일 본에서 3차 이사회를 열고 사무국 유치국가를 결정하려고 했으나 2차 이사회가 연기되면서 송도에서 투표를 한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24개 이사국 대표들이 직접 송도국제도시를 살펴보고 친환경성과 국제적인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점, 편리하고 쾌적한 도시 생활환경 등을 높이 평가했다. 가장 강력한 경쟁국이었던 독일 대표조차 송도의 아름다운 경관과 뛰어난 도시 기반 시설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특히 개도국 출신으로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국이 개도국과 선진국의 가교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표심을 얻은 것으로 분석됐다.
박 장관은 “국내 최초로 대형 국제기구 본부가 들어오기로 한 만큼 경제효과 뿐만 아니라 부수적으로 국제회의, 교통, 숙박, 관광, 금융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국내 기업들이 기후변화 프로젝트 정보를 획득하고 참여하는 데 유리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류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인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에 국제사회 대응방향을 제시하는 중심지로서 성장할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자평했다.
박 장관은 또 “GCF와 협의해서 구체적인 본부협정을 체결하고 관련법률을 마련해 사무실 입주, 직원이주 등에 필요한 행정적인 지원을 차질없이 해나갈 것”이라며 “GCF 사무국이 빠른 시일내에 설립돼 기후변화에 대응체제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인천의 정·재계·학계 인사 등 총 123명으로 구성된 ‘GCF 인천유치 범시민 지원협의회’와 ‘GCF 실무·환경정비 추진단’ 등을 꾸려 유치전에 적극 나섰다.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이 뭉친 여야정협의체를 통해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대한민국 유치 결의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사무국이 특권과 면책권을 가질 수 있도록 법적을 틀을 마련하는 등 유치에 큰 힘을 보탰다.
인천시민들의 유치활동도 빛났다.
GCF 인천유치를 기원하는 송도마라톤대회, 시민걷기대회, 송도세계문화축제, ‘IFEZ HAPPY·FUN 콘서트’, GCF 웰컴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했으며 친환경자전거축제, 유치 기원 굿마켓, 송도 환경정비 ‘클린업 데이(Clean-Up-Day)’행사를 진행하며 녹색성장의 모범도시 송도를 알렸다.
특히 송영길 인천시장은 치열한 유치경쟁 속에서 각국을 돌며 송도국제도시의 탁월한 입지를 알리는 데 노력했다.
8월 22~25일 스위스 제나바에서 열린 GCF 1차 이사회에서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친환경성과 수려한 경관, 편리한 생활환경 등을 강점으로 부각시켜 유치국 평가위원회에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8월에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라스 로크 라스무센 의장 등 5명을 만나 GCF 인천유치 및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협력으로 얻을 수 있는 연계효과를 설명했으며 송도에 이미 입주해 있는 국제기구 대표들에게 국제기구 차원의 인천유치를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에는 GCF 이사국 및 대리이사국 주한대사 16명을 송도에 초청해 송도를 소개하고 유치 당위성을 홍보했다.
지난 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2차 글로벌녹색성장포럼에는 김황식 국무총리와 함께 참석해 현지에서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만나 GCF 사무국 유치 총력전을 펼쳤다. 송 시장은 프랑크 엔센 코펜하겐 시장, GGGI 의장, 덴마크 중앙은행 부총재이자 GCF 덴마크 이사인 퍼 캘러슨 이사를 만나 인천 송도의 친환경성과 공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 인천시민들의 유치염원 등을 전했다.
GCF 2차 이사회가 열리기 직전인 지난 16일에는 GCF 포럼에서 바베도이스 대표와 벨리즈 대표, 영국 대표 등과 만찬을 하면서 인천을 소개했고 ‘강남스타일’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싸이의 GCF 유치기원 동영상을 유투브에 올리기도 했다.
인천의 막바지 유치작전은 GCF 사무국으로 사용할 아이타워를 GCF 이사국에 직접 체험하도록 하는 치밀한 연출이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최하는 2차 이사회 사전 만찬을 준공을 앞둔 아이타워에서 개최했다, 이사국 대표들은 수상택시를 타고 송도국제도시를 한 눈에 둘러보며 아이타워로 이동했다.
인천이 UN GCF 사무국을 유치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사회적 파급 효과의 첫 순위는 대한민국 국격과 인천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전 세계 기후변화 재정·금융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GCF 사무국 주재원 500명이 인천에 상주할 경우 3천8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으며 인천지역 경제에도 연간 1천900억원의 파급 창출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또 기후변화 관련 국제기구 및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와 관련된 국제기구가 송도에 입주하는 시발점이 되고 관련 기업들이 송도를 선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송도국제도시가 녹색산업의 중심지로서 미래산업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앞으로 대한민국과 인천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선도할 수 있게 됐다.
고급 일자리 창출과 국제회의 개최 등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송도국제도시는 인천국제공항과 인천신항을 기반으로 접근성이 좋고 최첨단 건물이 몰려 있어 국제회의의 새로운 무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태양광과 2차전지 등 국내 기업들의 녹색산업 관련 투자유치가 활성화되고 GCF의 선진화된 녹색금융과 녹색산업을 결합할 가능성도 커졌다.
GCF와 GGGI, 한국녹색기술센터(GTCK)와 함께 녹색성장을 이끄는 3대 요소(전략·기술·재원)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류제홍·김미경기자 km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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