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대책 없이 고덕주민 1천여명 이달 떠나야 “누구를 위한 개발” 울분… 道·市는 묵묵부답
삼성이 100조원을 투자해 3만개의 고급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평택 고덕산업단지.
평택시뿐 아니라 경기도가 떠들썩하게 자랑했던 이 삼성 고덕산업단지에 편입된 고덕면 일대는 원주민들의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현재 기쁨과 환호보다는 원주민들의 눈물 흘리는 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24일 고덕면 여염1리 마을회관에는 바로 옆에서 산단 조성을 위한 유물조사를 벌이는 인부들을 뒤로한 채 노인 10여명이 모여 이주대책을 논의하며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줄곧 이곳에서 살았다는 김진석씨(58)는 “경기도에서 이달 말까지 이사를 하라고 하는데 이주대책이 하나도 없이 무조건 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며 “이달 말까지 이사를 가지 않으면 향후 이주주택의 1순위를 주지 않겠다는 것은 지금까지 평택시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꾹 참고 있던 원주민들을 농락하는 처사”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현재 삼성 고덕산단 부지에 살고 있는 원주민은 250여세대 1천여명으로 이들은 경기도시공사와의 계약에 따라 이달 말까지 이곳을 떠나야 한다.
삼성이 오는 2016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오는 11월께는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LH가 개발하는 고덕국제화지구에서 산업단지가 분리, 경기도시공사가 분양을 맡으면서 산업단지 내 주민들의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이들은 2018년 이후로 예상되고 있는 고덕국제화지구 1차 입주시기까지 오갈 데가 없어져 버렸다.
더욱이 산업단지가 삼성에 3.3㎡ 당 170만원 가량에 삼성에 분양된 반면 고덕국제화지구는 3.3㎡ 당 400만원 이상의 가격에 분양이 이뤄지고 있어 산업단지 내 세입자들은 물론 보상을 받은 원주민들도 고덕국제화지구 내 주택으로 다시 돌아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산업단지 내 주민들은 경기도와 평택시, 경기도시공사 등에 삼성에 분양하는 396만㎡ 중 1/100가량인 49만㎡만 원주민들을 위해 이주주택단지로 개발해 달라고 건의하고 있지만, 도와 시 등은 삼성의 눈치를 보느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진구 고덕산단주민대책위원장은 “누구를 위한 개발인지 모르겠다. 1천여명의 원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져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는데 100조가 무슨 소용이고, 3만명 일자리 창출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냐”며 “1/100만 양보해 달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냐. 그것이 안된다면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주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평택시 관계자는 “산단 내 원주민들에 대한 이주대책을 LH와 경기도시공사 등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 마련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ho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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