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한국이민사박물관’
한국의 110년 이민(移民)사는 질곡(桎梏)의 역사인 동시에 희망의 역사였다.
민족 수난의 시기, 살고자 고향을 버리고 낯선 땅을 찾아야 했던 사람들. 멀고도 낯선 불모지를 피와 땀으로, 번영의 신천지로 일군 사람들…. 이들은 모두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한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조국을 위한 헌신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의 후예들은 현재 세계 곳곳 정상의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며 희망을 주고 있다. 700만 동포들의 삶과 애환이 살아 숨 쉬고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곳, 인천시 중구 월미로에 위치한 한국이민사박물관(관장 김경언)이다.
과거 선조의 향기를 따라 둘러보다보면 어느새 한국인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하는 곳, 한국이민사박물관으로 역사여행을 떠나보자.
750만 해외동포들의 이민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사박물관…동포들의 삶과 애환을 마주하다
19세기 말 조선은 밖으로는 한반도를 둘러싼 서구열강의 각축과 안으로는 조정 대신들의 불화가 끊이질 않는 등 나라의 운명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계속되는 흉년에다 신흥강국으로 성장한 일제의 탄압에 국민의 생활은 날로 궁핍해져만 갔다.
이런 가운데 희망을 잃은 일부 국민이 새로운 삶을 찾아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게 되고, 이것이 한국 이민사의 첫 시작이었다.
지난 2003년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아 우리 선조의 해외 개척 삶을 기리고, 그 발자취를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인천광역시 시민들과 해외동포들이 함께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첫 공식 이민의 출발지였던 인천에 우리나라 최초로 이민사박물관을 건립함으로써 다시 한 번 한인 이민역사를 체계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 이들의 염원은 식질 않았고, 결국 5년 후인 지난 2008년 6월 13일 인천 중구 월미도 끝자락에 한국이민사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연면적 4천127㎡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실, 기획전시홀, 영상실, 수장고, 한국이민사도서실 등을 갖춘 박물관은 당초 인천시 서부공원사업소에서 관리하다 지난 2월 말 인천시립박물관 분관으로 조직이 개편됨으로써 전문성을 확보하고 체계적인 이민 역사의 연구가 가능해졌다.
이민사박물관의 상설전시관은 한국이민의 역사를 증명하는 유물뿐만 아니라 현대와 근대 우리나라의 역사 모두를 아우르는 자료를 선보이고 있다.
상설전시관은 △미지의 세계로(제1전시실) △극복과 정착(제2전시실) △또 다른 삶과 구국 염원(제3전시실) △세계속의 대한인(제4전시실)으로 구성돼 있다.
미지의 세계로…또 다른 삶과 염원
제1전시실에서는 이민의 출발지였던 개항 당시의 인천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첫 공식이민이 이뤄지기까지 국내 정세 및 미국 하와이 상황을 살펴 볼 수 있다.
또 당시 한국인의 하와이 이민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활동을 펼친 미국 공사이자 선교사인 알렌(H.N.Allen)의 삶도 엿볼 수 있다. 그는 1884년 조선에 도착한 이후 고종 황제의 주치의로 발탁돼 황실의 신망을 얻었고, 이후 조선과 미국 정부 간의 핵심적인 중재자로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미국 내 설탕 수요가 증가하면서 하와이 사탕수수밭의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알렌은 조선인의 하와이 이민사업을 펼치게 된다.
1902년 12월 22일 하와이 첫 이민단 121명이 인천 제물포에서 출발해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한 것이 우리나라 이민의 첫 역사다.
전시실에는 당시 이민자들을 싣고 하와이로 떠난 첫 선박인 갤릭호(S.S Gaelic) 모형을 놓고 이민자들의 길고 험난했던 여정을 생생히 체험해 볼 기회도 제공한다.
박물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애국심 ‘불끈’
제2전시실은 하와이에 정착한 한인들의 애환과 개척자로서 미국 전역에 뿌리를 내린 발자취 등을 담은 사진자료와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사탕수수농장 한인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생활을 담은 영상을 비롯해 하와이 한인학교를 연출해 놓은 교실에서 그 당시 사용했던 교과서도 전시돼 있다.
제3전시실은 1905년 새로운 삶을 찾아 멕시코 에네켄 농장으로 향한 1천33명 한인의 또 다른 삶을 볼 수 있다. 또 1919년 3·1 독립운동 이후 미주 한인들이 조국의 광복을 위해 몸을 바쳤던 활약상을 살펴볼 수 있다. 이들은 외교 및 선전활동과 함께 독립 자금을 모으는데 큰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제4전시실은 전 세계 각국으로 진출해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 700만 해외동포의 근황과 염원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우리나라 공식 이민의 첫 출발지인 인천에 하와이 이민자들의 조국에 대한 교육적 열망을 담아 설립한 인하대학교의 역사가 담겨 있다. 인하대는 인천과 하와이의 첫 자를 따서 인하라는 교명으로 정해졌다.
이와 함께 한인이민사를 재조명하고 한인들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각종 해외이민 기념사업과 축제, 문화 활동에 대해서도 살펴 볼 수 있다.
관람안내------------------------------------------
·관람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일)
·관 람 료 : 무료
·문 의 : (032) 440-4710 / 4711
·위 치 : 인천광역시 중구 월미로 329 (북성동 1가)
·상설전시실 전시내용 설명기기 무료대여 (한·영·중·일어)
·상설전시실 문화관광해설사 해설: 오전 10시~오후 4시(단체 관람객은 1회 30명까지 해설예약 가능)
글 _ 신동민 기자 sdm84@kyeonggi.com 사진 _ 한국이민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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