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한국의 신자본주의 정신

위의 제목은 2005년 박우희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 두 분의 석학들이 공저로 펴낸 책의 제목입니다.

이 두 분의 석학들이 특강도 겸해서 했던 출판기념회에 저도 참석했는데 이 자리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한국의 정치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하거나 할 수 있는 젊은 학자들이 대거 참석한 것을 보면서 한국에 싱그러운 경제정신이 새롭게 탄생될 수 있겠구나 하는 설레는 마음을 가졌었습니다.

위의 이 두 분이 제시한 한국의 신자본주의 정신이란 한마디로 말해서 나눔이란 큰 틀을 형성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즉 국가 경제규모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에 복지사회를 위한 막대한 자금은 세금이란 제도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체제는 자본주의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 경제발전을 해 나가도록 해야 하는 것이 근본 바탕으로 돼 있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인간의 무한한 욕망, 이윤추구를 허용하는 체제라서 어느 체제보다도 성장 동력이 강력하지만, 이에 반해서 경제혜택을 함께 공유할 수 없는 불평등한 사회구조가 형성되기 쉽고 환경파괴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게 되고 자원고갈 등을 통해서 어쩔 수 없이 유전자 조작이라든지 변형된 생산품에서 인류가 시달림을 받게 될 수밖에 없는 현상이 사회를 혼탁하게 만들어 가는 부정적인 면이 대두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유럽이나 미국은 빈부의 격차는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의식하고 동반성장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경로이지만 이를 향해 부단히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함께 나누는 크리스천 정신과 같은 맥락에서 비롯됨을 봅니다.

그런데 인간의 속성은 어쩔 수 없이 자기 욕망에서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가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세금제도를 통해서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이 얼마나 힘든지를 공산주의 탄생과 우리나라에도 최근엔 지난 노무현 정권의 예를 통해서 볼 때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실 성경에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마태오 복음 19장 24절과 마르코 복음 10장 25절)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인간의 약점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회는 국민 모두가 함께 행복하자는 복지사회를 위한 여러 가지 사업에 열심히 동참하고 있습니다만 많은 교회들이 국가의 예산을 더 많이 따내서 자기 복지 시설을 크게 키우려는 일들을 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교회기관은 면세혜택을 보는데다가 여러 다양한 복지 기관들이 대부분 국가의 예산을 받아서 하는데 많은 교회들이 자체로 부담해야 하는 법인 지원금에는 별의별 방법을 써서 명목만 걸고 실제로는 국가예산만을 갖고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업가는 자기에게 부과되는 세금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사회에 환원해야함을 위의 두 분 학자들이 제시하고 있고 교회는 더 많은 부를 나눌 수 있도록 기업가나 기득권층에 있는 부자들과의 중간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교회의 세를 불리는데 혈안이 되고 있는 현실은 너무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기에 참신한 학자들이 주장하는 신자본주의 정신은 크리스천 정신에 입각해서 함께 나누고 동반성장을 하자는 강력한 뜻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아름다운 기업풍토가 조심스럽게 생기기 시작을 했습니다. 이 사회적 기업정신이란 말 그대로 기업주나 근로자들이 함께 행복하게 그리고 이익창출은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정신입니다. 바로 교회가 이런 아름다운 운동에 앞장서자는 것입니다.

 

최 재 용 천주교 수원교구 수원대리구장ㆍ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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