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eum&Gallery] 인천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정겹고 고단했던 70년대 삶 ‘박제’

인천에서 3대 이상을 산 토박이라면 ‘수도국산’하면 ‘달동네’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운 그 이름 수도국산 달동네.

다닥다닥 붙은 집과 구수한 밥 짓는 냄새가 가득했던 골목은 어느덧 사라지고 현대식 고층 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인천의 고향과 같은 곳, 이 터에 만들어진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은 실존했던 달동네 서민의 평범한 삶을 현대의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달동네 모습 그대로 재현… 코끝 찡한 ‘시간여행’

‘수도국이 있는 산’

인천시 동구 송현동 수도국산(水道局山)의 원래 이름은 ‘송림산(松林山)’이다. 송림산이 수도국산으로 산 이름이 바뀌게 된 데는 근대 개항기 인천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인천은 본래 우물이 적을 뿐 아니라 수질 또한 좋지 않아 개항 이후 증가한 인구와 선박으로 물 확보가 항상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일제 통감부의 강압에 의해 한국정부는 1906년 탁지부(度支部)에 수도국(水道局)을 신설하고 인천과 노량진을 잇는 상수도 공사에 착수했다.

‘수도국산’이란 명칭은 이곳에 수돗물을 담아두는 배수지(配水池)를 설치하면서 생겼다. 즉 ‘수도국산’은 ‘수도국이 있는 산’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이곳 주위로 피난민이 몰려들어 판자촌을 이룬 것을 처음으로, 1960대 말 인근에 공장지대가 형성돼 근로자들도 모여들면서 수도국산 달동네의 역사는 무르익어갔다.

이처럼 달동네는 아직도 전국의 대도시 주변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특히 수도국산 달동네는 달동네 중에서도 그 유래와 역사가 깊은 곳이다.

송현지구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지금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이 터에 지난 2005년 10월 25일 당시 정겹던 서민들의 삶을 그대로 간직한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달동네 서민의 생활상을 주제로 한 체험박물관

송현근린공원 내 지하 1층ㆍ지상1층, 연면적 1천950.85㎡ 규모로 건립된 박물관은 1960~70년대 달동네 서민의 생활상을 주제로 한 체험중심의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상설전시실과 수장고, 교육실, 다목적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올 때까지 옛 달동네의 실제 상점과 간판 등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기성세대들에게는 향수를, 현 세대들에게는 기성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펼친다. 

상설전시실은 달동네의 역사를 비롯해 당시 실존했던 명물 등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달동네는 높은 산자락에 위치해 달이 잘 보인다는 의미로 그 유래는 ‘달나라 천막촌’에서 비롯됐다.

한국전쟁 이후부터 1960대까지 도심에서 쫓겨난 판자촌 주민들은 정부가 정한 지역에 임시 천막을 치고 살면서 방에 누우면 밤하늘의 달과 별이 보인다고 해서 생겨났다.

‘달동네’라는 용어가 널리 쓰인 것은 1980년 TV 일일연속극 <달동네> 방영 이후다. 어려운 처지에서 보듬고 살아가는 달동네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 이 연속극이 큰 인기를 누리면서 이후 ‘달동네’는 불량 노후주택이 모여 있는 산동네의 대명사가 되었다.

또 이곳에는 당시 실제로 존재했던 구멍가게, 연탄가게, 복덕방, 이발소 등의 자그마한 가게를 만나 볼 수 있다.

우리가 모두 경제적으로 어렵고 배고팠던 그 시절, 퇴근길 연탄가게에서 새끼줄에 꿴 연탄 한 장을 사고 구멍가게에 들러 봉지 쌀 한 줌 사서 그렇게 하루를 견뎌갔던 달동네 사람들의 향기가 그대로 배어 있다.

특히 당시 이곳 일대를 청소하고 주변 폐지를 주워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선행을 베푸는 등 많은 사람의 본보기가 됐던 폐지 수집가 故맹태성씨를 비롯해 달동네가 사라질 때까지 지게로 연탄을 배달한 연탄가게 주인 유완선씨(76), 이곳에서 솜틀집을 운영했던 故박길주씨, 인근에서 가장 오래된 이발소를 운영했던 박정양씨(68) 등 실존했던 인물들의 동상을 박물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그 당시 생활모습도 엿볼 수 있다.

산비탈에 있는데다 무계획적으로 집이 들어서 불편했던 당시, 이곳 사람들은 수도나 화장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곤 했다.

이른 아침마다 공동화장실에 줄을 서서 앞사람을 재촉하던 모습 등 당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특히 이곳의 대표적인 가옥을 개방해 내부 온돌을 구경하고, 직접 연탄을 갈아보며 들여다보며 옛날 교복을 입어보는 등 당시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밖에 만화가게, 기념스탬프 코너, 기념품 판매소, 달동네 소극장 등도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부모님 세대에게는 정겨운 추억속으로의 시간여행을, 자식 세대에겐 고단했지만, 열심히 살았던 1960~70년대의 삶을 체험할 기회를 함께 제공하는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관람을 끝날 때 즈음 서서히 어두워지는 박물관 내부 조명 속에서 그 당시 해질녘 골목을 직접 걸어 보는 것도 또 다른 묘미다.

관람안내-------------------------

ㆍ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ㆍ관 람 료: 어른(만19세 이상) 500원, 청소년ㆍ군경 300원, 어린이(만5~12세) 200원, 

                 단체 관람객(10인 이상) 50% 할인

ㆍ문     의: (032)770-6130

ㆍ위     치: 인천광역시 동구 송현동 163(송현근린공원 내)

글 _ 신동민 기자 sdm84@kyeonggi.com 사진 _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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