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뿌리산업’ 육성, 해답은 상생협력

금년에도 지난해에 이어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할 전망이다. 이러한 성취엔 ‘뿌리산업’이 숨은 일등공신이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휴대전화 등 제조업 덕분이라지만 이들의 경쟁우위를 가능케 한 것은 바로 뿌리산업이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열처리, 표면처리 등 공정기술을 활용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업종을 말한다. 원료를 소재로,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일련의 기초 공정산업이다. 최종제품에 내재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소재, 부품, 완제품의 품질과 성능을 좌우하는 제조업의 뿌리이다. 일례로 자동차 1대 생산시 뿌리산업 비중은 부품수 기준 90%(2만2천500개), 무게 기준 86%(1.36톤)를 차지할 정도로 제조업의 근간이 되고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 뿌리산업의 미래는 밝지 못하다. 뿌리산업은 특성상 전형적인 중소기업 업종이다. 종사자 50인 미만이 무려 97.2%를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3D 업종으로 산업재해율은 중소기업 평균보다 2배나 높다.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최저 수준이다. 만성적인 구인난과 고령화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행히 정부는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7월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뿌리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했다. 금년 12월엔 ‘제1차 뿌리산업 진흥 기본계획(2013-2017)’을 수립하고 기술개발 및 현장애로 지원, IT융합 및 공정자동화, 인력수급, 경영. 근무환경 개선 등 중점 추진시책을 담아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이들 시책보다 앞서 필히 풀어야 할 핵심과제가 있다. 바로 대ㆍ중소 상생협력이다. 뿌리기업의 경우 대부분 대기업과 주종관계로 2~4차 협력사가 87.8%를 차지하고 있다. 수요기업의 일방적인 납품단가 결정과 인하 요구, 기술개발 비용 전가 등 뿌리 깊은 불공정거래 관행은 뿌리산업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앞으로 정부가 추진코자 하는 뿌리산업 진흥시책들의 과실은 중소기업에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협력사인 중소기업의 경영혁신에 기인한 대기업의 초과이익은 어떤 형태로든 협력사와 공유되도록 해야 한다. 불공정거래 관행의 시정에 대한 해답을 찾지 않고서는 뿌리산업의 열악한 저임금 구조와 근무환경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우수 인력의 뿌리산업 기피로 이어져 결국 제조업 기반을 취약하게 할 것이다.

또 하나, 뿌리산업 육성 시책을 추진함에 있어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 뿌리기업의 62.6%가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중요한 정부지원 시책에서 소외되고 있다. 수도권 뿌리기업을 배제한 상태에서 우리나라 뿌리산업을 제대로 육성할 수는 없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뿌리산업 특화단지를 조성함에 있어서나 뿌리산업종합지원센터를 설립 운영함에 있어서도 수도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수도권 뿌리기업 비중을 고려해 이들 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 육성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경기도도 지난 5월 ‘경기도 뿌리산업 진흥 및 육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뿌리산업 육성을 위한 시범사업을 새해부터 추진할 계획이다. 경기테크노파크는 지난해 지식경제부로부터 뿌리산업IT융합지원센터로 지정받아 뿌리산업의 IT융합을 위한 몇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3년 새해가 뿌리산업이 새롭게 도약하는 ‘뿌리산업 진흥 원년’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문 유 현 경기테크노파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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