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뽀로로 극장판 개봉을 앞두고 막바지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지인으로부터 깜짝 놀랄 얘기를 들었다. 내년이 뽀로로 탄생 10주년이라던데 그래서 영화를 준비한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아, 벌써 10년이 되었구나. 잊고 있던 사실을 그제야 다시 떠올리게 되었고 깊은 소회가 밀려왔다. 우리 아이에게 보여줄 가장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자는 참여자들의 의지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10년 동안 사랑을 받았고 이제는 3D 극장판까지 개봉하게 된 것이다.
한국은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3D 애니메이션으로 일본의 수준까지 따라왔다고 볼 수 있다. 손으로 그려서 애니메이션을 만들던 시절, 일본이나 미국의 하청 국가로 명맥을 유지해오다가 뽀로로를 필두로 3D 애니메이션이 출현하면서 한국은 창작의 단계로 넘어가게 되었고 지금까지 많은 발전을 이뤘다.
물론 유아 애니메이션 분야의 TV시리즈물을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이다. 극장판의 경우 대작들이 참패를 맛보면서 시장을 급랭시킨 바 있지만 그런 도전이 씨앗이 되어 ‘마당을 나온 암탉’이 일반 영화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흥행 기록을 만들어냈다.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유명 캐릭터나 성공한 TV시리즈물의 지명도를 이용해 매년 영화 시리즈를 개봉하며 흥행수익을 거두고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 이런 사이클을 경험한 케이스가 없었다.
한 때 인기를 얻기는 했지만 장수 브랜드로 살리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업이 잘 되어야 투자자에게 배당을 하고 재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데 그 선순환 고리를 만든 곳도 거의 전무했다. 그래서 뽀로로의 성공은 단순히 국민 캐릭터 하나가 탄생했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TV시리즈로 꾸준히 사랑을 받으며 커왔고 캐릭터 라이선스를 통해 다양한 상품군이 어린이들을 즐겁게 해주었고 최근에는 실내 테마파크라는 레저공간까지 선보이게 된 것이다. 게다가 내년 1월, 애니메이션산업의 꽃인 극장용 장편의 형태로 제작된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3년여의 제작기간과 국내 기술로 탄생시킨 생생한 3D, 8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급이다. 중국의 투자도 받았고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한중 동시 개봉하게 된다. 중국 현지에서는 중국에서 대박을 터트린 드림웍스의 ‘쿵푸팬더2’, ‘마다가스카3’의 뒤를 이을 기대작으로 주목하고 있다하니 벌써부터 기대되고 흐뭇할 뿐이다.
콘텐츠 제작자에게 제작비 확보는 가장 넘기 힘든 벽이다. 투자 자금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까지 제작사는 너무도 긴 터널을 지나야 하고 대부분은 중도에 포기하고 만다. 수많은 창작 천재들이 빛을 보도록 이끌어 주는 것은 공공 분야에서도 도와주어야 한다.
한발 앞서 한국의 미래 수종 사업이 될 크리에이티브 산업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우리 창작 집단에게는 큰 버팀목이 아닐 수 없다. 재무적 투자를 받거나 해외 공동 사업을 끌어오는 데 있어서 정책 자금은 가뭄의 단비 같은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다.
세계 시장을 겨냥해 처음 도전하는 극장판 제작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경기콘텐츠진흥원의 존재가 반가울 뿐이다. 세계적인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여 문화강국을 만들겠다는 경기도 ‘신화창조프로젝트’. 이 지원 정책이 확대되고 이어지도록 하는데 뽀로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더욱 큰 책임감이 생긴다.
여러 분야의 도움에 힘입어 한국의 어느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도 가보지 못한 ‘비단길’을 뽀로로가 걷고 있다. 박세리 선수가 있었고 뒤이은 ‘박세리 키즈’가 세계 여자골프를 평정하듯 뽀로로의 걸음이 한국의 많은 천재 창작자들에게 커다란 자극이 되길 바란다.
김일호 ㈜오콘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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