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에듀 클래스]<20>행복한 미술 프로젝트-위대한 화가와 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김홍도, 피카소, 마네…. TV 혹은 학교 미술시간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법한 이들의 정체는 바로 동ㆍ서양 미술사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화가들이다. 많은 작품을 남기고 떠난 이들의 발자취를 만나려면 전시를 일일이 찾아다니거나 도서관, 인터넷에서 수없이 많은 검색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매주 다른 화가들을 만나면서 그와 닮은 내 작품을 만들어내는 수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지난해 9월 문을 연 광주문화스포츠센터가 야심 차게 마련한 ‘행복한 미술 프로젝트-위대한 화가와 나’다. 위대한 예술가를 만나 자아를 찾고 있다는 광주지역 아이들의 수업이 궁금해 살짝(?) 청강해봤다.

■예술가의 삶, 그리고 나를 찾다

시끌벅적한 교실에 들어서니 스크린에는 피카소의 작품들이 보여지고 있었다. 20명의 아이는 선생님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다리며 스케치북을 준비하고 물을 떠 오는 등 자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김정아 강사는 피카소가 입체파 화가라는 설명과 함께 오늘의 주제는 ‘나의 우상은 누구인가’라고 소개했다. 피카소가 비록 일찍 생을 마감했지만 훗날 많은 화가의 우상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얼굴을 입체적으로 분해한 뒤 재조립하는 피카소 특유의 표현법으로 내 우상을 표현해야 한다니 아이들의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졌다.

한 얼굴에 두 가지 형태의 얼굴이 그려진 선생님의 시범에 아이들은 이해했다는 듯 금방 스케치북으로 눈이 향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미술 시간인데 아이들이 글짓기를 시작하는 게 아닌가. 아이들은 나의 우상이 누구인지 골똘히 생각한 뒤 왜 우상인지 적어내려 갔다. 단순히 예술가를 알고 그림을 그리는 한정된 수업에서 벗어나 글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실히 정한 뒤 붓터치로 표현하는 남다른 수업방식이었던 것.

아이들의 우상은 친구, 엄마, 하느님 등 다양했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우상을 그리고 색칠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을 때에는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자신의 우상이 개그맨 김병만이라는 전희정양(12ㆍ탄벌초5)은 “한 예능 프로에서 족장으로 나오는 김병만은 뛰어난 리더십과 함께 운동 실력도 좋아 우상으로 삼았다”면서 “나도 험한 곳에서 친구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그림에 담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3시간의 수업이 끝나갈 때쯤 아이들의 작품도 서서히 완성되기 시작했다. 글짓기, 그림 그리기에 이어 이번에 발표 시간이란다. 예술가를 알고, 내 삶을 표현하고, 표현력까지 키워주는 맞춤식 교육임을 증명해 보이는 듯했다.

고흐와 피카소를 한 화면에 담은 김세연군(11ㆍ번천초4)은 반추상적인 피카소 예술세계에 맞춰 설명했다. 고흐의 ‘파이프를 물고 귀에 붕대를 감은 자화상’(측면)과 피카소의 정면 얼굴이 합쳐져 파이프가 피카소의 눈물처럼 연결된 그림의 반응은 뜨거웠다.

김군은 “부모님과 피카소, 고흐 전시회에 직접 가서 작품을 많이 봤다”며 “우상을 떠올리다 두 화가의 얼굴을 합치면 피카소 작품처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매주 다른 예술가를 만나다

이처럼 어른들은 감히 생각지도 못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행복한 미술 프로젝트-위대한 화가와 나’는 1기와 2기로 나뉘어 각각 4~7월, 8~12월 진행됐다. 한 기수당 초등학교 3~6학년생 20명씩 모두 40명이 참가했다.

피카소뿐만 아니라 마네, 마티스, 세잔, 르누아르, 고갱 등 16명의 화가를 회화와 미디어 아트로 만나는 이번 프로그램에는 만나는 이 프로그램은 경기문화재단이 공모한 ‘2012 토요문화학교’ 사업에 선정돼 의미 없이 지나갈 수 있는 초등학생들의 토요일을 예술의 세계로 인도했다. 위대한 화가와 나라는 존재를 화가들의 작품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스토리텔링 과정으로 알아보고 창의성을 확대해가는 발판이 된 것.

수업이 실내에서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아이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에는 센터에서 열린 ‘꿈꾸는 상자전-미술을 삼킨 나의 즐거운 상상’에 참여해 여러 작가의 작품세계를 직접 체험했다. 또 탄생 80주년을 맞은 백남준 선생을 만날 수 있는 백남준 아트센터, DMC홍보관 등을 견학하고 미디어 아트와 인터렉티브 디지털 작품을 경험했다.

실내, 실외에서 만난 예술가를 통해 미술사적 자취를 더듬어 보고 글을 쓰고 색연필, 먹물, 물감 등 다양한 재료로 표현하는 방식에 발표까지 어우러져 어린이들은 주체적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했다.

김정아 강사는 “화가들을 선정할 때 자아의식이 강했던 사람들 위주로 골랐다. 아이들이 화가들을 통해 나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랐던 것”이라며 “화가의 기법적인 부분을 흉내 내기 보다 작가는 이런 생각을 이렇게 표현했는데 화가와 나를 연결했을 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들이 처음에는 서로 모르는 사람에서 출발했지만 그림을 통해 나는 물론 다른 친구의 모습을 알게 되고 서로 이해하는 시간이 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이들 결실에 학부모 웃음꽃

지난 15일 광주문화스포츠센터 1층에 마련된 갤러리는 학부모와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수업에 참가한 1ㆍ2기 학생들의 전시회가 열리는 날이었던 것.

40명의 어린이 화가들과 학부모, 강사들까지 끝까지 수업이 잘 진행됐다는 자축의 잔을 들며 전시 개막을 축하했다. 벽에는 가장 잘 만든 작품 한 점씩이, 한쪽에 마련된 전시대에는 16명의 화가는 만난 아이들의 결실인 ‘아트북’이 전시돼 있었다. 어린이 화가들의 창의적 작품이 자신의 소중한 기록으로 남겨지는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아 강사는 천진난만한 어린이 화가들과 함께 갤러리를 돌며 학부모들에게 아이들 작품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자 학부모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개했다.

채지원군의 어머니 김영출씨(43)는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그날 배운 화가와 자신이 만든 작품에 대해 설명해줬는데 전시로 보니 대견하다”며 “단순 그림 지도만 하는 미술학원보다 아이가 훨씬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런 수업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만족감을 내비쳤다.

임선주 센터 기획공연팀 대리는 “모집 당시 신청인원이 많아 선별해야 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며 “아이들이 16명의 화가를 통해 드로잉뿐만 아니라 미디어 아트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혜준 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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