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비우고 버리려고 노력해 본 사람들은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고 무모한 일인지 금방 알게 됩니다. 제가 목사로 돈에 대해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참 많은 노력을 합니다. 저는 목회하는 동안 통장에 돈을 모으지 않고, 제 이름으로 집을 소유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돈에 대한 욕심을 버리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청빈’이라는 명예욕이 머리를 듭니다.
내가 이렇게 버리고 포기한다고 산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생깁니다. 기독교 역사에도 보면 청빈하게 살려고 돈과 가족도 다 버리고 수도원에 들어간 사람들 사이에 명예 때문에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 많이 일어났는지 모릅니다. 서로 주교가 되겠다고 음모를 꾸미고 속이고 하는 일들이 실제로 수도원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표현이 있습니다.
“비워서 진공 상태가 되면 블랙홀이 되어 무엇이든지 빨아들인다”
무조건 비운다고, 포기한다고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다이어트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가장 흔한 다이어트 방법이 무조건 먹지 않는 거라고 합니다. 살을 빼겠다고는 욕심에 밥을 먹지 않고 수일을 버팁니다. 그러나 그것이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며칠 동안 먹지 않으면 허기가 심해지게 되고 결국에는 폭식으로 이어져 결국 얼마 정도 줄었던 몸무게가 오히려 늘어나게 됩니다. 제대로 살을 빼기 위해서는 적당히 먹어야 합니다. 무조건 안 먹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음식을 섭취하는 겁니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야채와 단백질 섭취를 늘리는 식단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적당한 운동을 해야 합니다. 영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비운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무조건 포기한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것으로 우리를 채워 갈 때에 건강해지고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옛날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기차가 달리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개구쟁이들이 괜스레 지나가는 기차를 향하여 돌멩이질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별생각 없이 돌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기차의 유리창이 깨어지기도 하고, 타고 있던 승객들의 머리가 깨지는 등 피해가 극심했습니다.
그래서 시간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그런 짓을 하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구쟁이들의 장난질은 끊어지지를 않았습니다. 하루는 선생님 가운데 한 분이 좋은 생각을 해 내었습니다. 그는 아이들을 데리고 철로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는 기차가 지나갈 때 이렇게 아이들에게 외쳤습니다.
“얘들아! 저 기차를 향해서 손을 흔들어 주자.”
그래서 선생님과 더불어서 아이들이 손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열차 안에 타고 있던 승객들도 덩달아서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아이들은 손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기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돌멩이를 던지는 장난질은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돌멩이를 던지지 말아라”는 말로는 장난질이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손을 흔들면서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으로 바뀔 때, 자연스럽게 돌멩이를 던지는 장난질이 없어지게 된 것입니다. 우리 삶에 무조건 비우려고 하기보다는 선한 것으로 채워가면 어떨까요? 그럼 더욱 아름다운 세상으로 바뀔 겁니다.
김 병 삼 분당 만나교회 주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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