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의 사생활이 궁금했던 의장님 결국…

연수구의회 ‘구청장 발언 녹취’ 사찰 논란

의장ㆍ부의장이 사무처 직원 시켜 녹음 사실 드러나

區 “명백한 불법” 강력 반발… 의장 “이번 일은 잘못”

인천시 연수구의회 박기주 의장과 황용운 부의장이 사무처 직원을 시켜 고남석 구청장의 발언을 녹음한 사실이 드러나 ‘사찰’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연수구와 구의회 등에 따르면 의회사무처 속기사 A씨는 지난 26일 오전 10시40분께 노인복지회관 ‘경로당 여가문화 보급사업 천세누리학당 수료식’에서 구청장의 인사말 등을 녹음했다.

이날 A씨는 행사 전 의장실에서 박 의장과 황 부의장 등으로부터 고 구청장의 발언을 녹음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박 의장과 함께 관용차를 타고 행사장까지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녹음은 최근 고 구청장이 노인이 모이는 행사장 등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독감 접종을 할 수 있었는데, 구의회가 반대해 예산이 삭감되면서 어렵게 됐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자, 의회에서 이에 대한 확인 및 증거 확보 차원이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독감접종과 관련된 고 구청장의 발언이 없어 녹음한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연수구는 이번 녹음을 사실상 구청장에 대한 사찰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A씨가 출장신청서도 쓰지 못한 채 의장에게 불려가 뒤늦게 알게 됐다. 오늘 A씨로부터 사실 관계를 파악했다”면서 “의장과 부의장이 사무처 직원들을 시켜 구청장의 발언을 녹음하도록 한 것이 매우 충격이다. 명백한 구청장에 대한 사찰이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박 의장은 “황 부의장이 ‘구청장이 의회 때문이라고 말하고 다니는데, 왜 의회가 가만히 있느냐’면서 속기사를 데려가 고 구청장의 발언을 녹음하라고 요구했다”면서 “의장으로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승인해줬다. 이번 일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 부의장은 “A씨에게 의장의 인사말을 녹음해오라고 한 적은 있지만, 고 구청장의 말을 녹음하라고 시킨 적은 없다”면서 “모두 의장이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민우기자 lm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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