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은진미륵)

머리는 크고 몸통은 짜리몽땅하여 비례가 맞지 않는 이 미륵불은 그로인해 국보가 되지못하고 보물218호라는 낮은 가치를 부여받았다. 고려광종 때 건립됐다고 추정할 뿐 미스터리하다. 부처 앞에 서 있는 석등 또한 조형적으로 어색하고 불안정해 품격에 걸맞지 않는 보물 232호로 지정되었다. 이런 양식은 그림으로 치면 민화 풍 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공양을 올리기 위해 조성된 긴 형태의 석조불단 또한 낯설고 이색적이다. 그밖에도 석탑과 배례석(부처님에게 합장하고 예를 올리던 곳)과 석문 등이 제각기 독특하다. 학사모를 거꾸로 쓰고 있는 형상의 이 거대한 미륵보살상 앞에 새해의 다짐도 벌써 허물어진 게 많음을 자백한다. 간사한 변심에 대한 죽비처럼 강추위가 귓불을 찢는 엄동설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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