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심야 전기료’ 옛말… 매일 밤마다 돈 먹는 소리 5년새 요금 2배 가량 늘어 한전 “수요↑…인상 불가피”
6년 전 퇴직한 뒤 귀농 생활을 하기 위해 가평군으로 이사한 최모씨(66)는 요즘 전기요금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132㎡의 집에 심야전기 보일러를 설치했지만 해마다 심야전기 요금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사한 첫 해 12월~2월 통틀어 20만원 정도 나오던 전기요금이 해마다 올라 지난해엔 12월 한달요금만 60만원을 냈다. 최씨는 “올 겨울 한파가 일찍 찾아 온 것을 감안해도 너무 큰 액수다.
시골은 4월까지 추워 난방을 틀어놓는데, 심야전기요금이 해마다 올라 전기료도 폭탄수준”이라며 “저렴하다고 사용을 권장할 땐 언제고, 전기료 인상 때 일반 전기요금보다 두 배씩 올려 서민들 허리를 휘게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싼 값’으로 알려진 심야전기의 전기료가 해마다 급등해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사용하려던 서민들과 대학생, 노인층 등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24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심야전기 요금 인상률은 40%에 육박한다. 2009년 7.6%를 시작으로 2010년 8%, 2011년 8%, 지난해 4.9%, 올해 5% 오르면서 5년새 38.2% 나 인상됐다.
이는 주택용 전기요금이 같은 기간 동안 8.7%인상된 것에 4.5배, 일반용 전기요금이 28.7%인상된 것보다 10%가까이 더 오른 것이다.
이로 인해 심야전기 보일러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가구는 5년 사이 전기요금 부담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심야전기요금제는 전기 사용이 적은 심야(밤 11시~오전 9시)시간대 수요를 증대시켜 전력설비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이 시간대 값싼 전기요금을 적용하는 제도이다.
농어촌 주민들과 서민들에게 값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1985년 도입돼 농촌지역은 물론 생활비를 아끼려는 저소득층 가정과 원룸 등에 주로 설치돼 있다.
이로 인해 심야전기요금제 도입 초기 정부에서는 심야에 남는 전기를 활용하기 위해 설치 보조금까지 지원해 주며 심야전기 설치를 장려했는데, 이제 와서 전력 안정 등을 이유로 인상 카드를 꺼내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원자력과 전기 예비력이 남아돌아 저렴하게 공급했지만, 최근엔 심야전기 사용도 급증해 심야시간대에도 전력 피크가 발생하는 등 역효과가 일어나고 있다”며 “환경이 바뀐만큼 수요를 줄이기 위한 심야전기료 인상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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