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공공비축미’ 풀면 농민들은 어쩌라고…

정부, 쌀 21만1천t 방출·채소류 할인공급 ‘물가 잡기’ 방침
농민단체 “일방적 희생… 생산비 보장ㆍ장기 대책 마련을”

정부가 설 성수기를 앞두고 물가안정을 위해 공공비축미를 방출하고 채소류를 할인판매하기로 하면서 농민들이 ‘농산물값 때려잡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24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지난 18일 설 이전에 쌀, 사과, 배, 배추 등 명절수요가 많은 16개 품목을 집중관리하는 내용의 ‘설 성수품 및 동절기 채소류 수급안정 방안’을 내놨다.

1월 초 쌀소매가격은 20㎏ 기준 4만6천400원으로 지난해 4만3천900원보다 5.6% 올랐다며 2009~2012년산 공공비축미 21만1천t을 떡쌀용 등으로 시중에 낮은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농협중앙회가 보유한 채소류 계약물량도 시중가보다 최고 60%까지 싸게 공급할 방침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물가 관리라는 명목으로 농민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쌀 생산량이 32년만의 흉작으로 전년 대비 5.2% 줄었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일이며 최근의 산지 쌀값은 오히려 1990년대 수준으로 후퇴했는데도 유독 농산물값만 특별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성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씨(67)는 “대기업 공산품과 공공요금이 올라가는 것은 방치하면서 왜 농산물값이 물가상승을 주도하는 것처럼 몰아가는지 모르겠다. 생산비라도 보장을 해줘야 우리도 살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농민단체들은 생산비를 보장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기초농산물에 대해 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으로 정부수매를 실시하고 장기적인 식량공급계획과 체계를 세워 농산물값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라며 “매번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을 펴지 말고 장기적인 농업정책과 농산물 가격정책을 수립할 때 농민도 살고 국민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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