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질서의 상징인 도로는 그 사회의 질서수준을 가름하는 척도라 해도 다름 아닌데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행태를 보면 문득 우리나라 국민성의 단면을 보는 것 같이 쓸쓸해진다.
안전을 위해 법으로 정한 안전거리를 나만 지킨다면 갑자기 끼어드는 차로 인해 오히려 더 위험한 경우가 다반사이며 ‘대충 대충과 빨리빨리 병’은 일단 죽거나 다치기 전에는 아무리 강조해도 남의 얘기로 듣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자신이 운전할 땐 보행자의 느린 걸음을 탓하고, 자신이 보행자가 되면 자동차의 안전운전불이행을 욕한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나라만의 밤 풍경은 어떤가, 인권이 보장된다는 미국에서조차 음주운전자는 현장에서 체포되거나 사살까지 된다던데,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우리들의 왜곡된 인맥문화는 자기의 행위책임보다는 인맥에 호소하여 편의나 선처만을 기대 한다.
문제는 운전자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시도때도 없이 벌이는 도로공사 덕분에 좁은 나라의 도로는 더 좁아지며 교통소통에 묘안이 없는데도 으레 돌아가겠거니 길을 막고 공사하는 측도 급한 게 하나도 안 보인다. 뜯고, 때우고, 다시 뜯는 도로를 보면 마치 우리 역사의 질곡과 격동기를 보는 착각까지 드는데 도로가 부족한 일본에서는 차량통행이 드문 심야나 비수기를 택해 하거나 운전자를 위해 몇 일전부터 공사예고를 한다고 들었다.
도로는 운전자와 보행자 또는 경찰과 국민 모두가 만드는 질서의식과 국민성의 현장이며 우리나라를 처음 오는 외국인이 공항을 나와 제일 먼저 보는 곳이기도 하다.
도로는 단순한 길이기에 앞서 우리의 질서의식이 흐르고 양보와 신뢰, 그리고 책임이 아스콘처럼 깔린 국민의식의 증거라는 생각이 든다.
원 난 영 가평경찰서 경무계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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