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통난 삼성' 불산가스 송풍기로 외부 유출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공장 불산 유출 사망사고 당시 삼성전자가 이동식 송풍기를 이용, 불산가스를 공장 밖으로 배출한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새롭게 드러났다.

이에 따라 주민피해 현실화는 물론이고 “외부 유출은 결코 없었다”는 삼성전자측이 밝힌 공식입장도 거짓말로 드러나 사실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사고 직후 실시한 대기질 조사에서 불산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환경부의 조사도 엉터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15일 경기지방경찰청은 삼성전자가 지난달 28일 반도체 화성공장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2차 누출사고 당시, 오전 6시부터 수대의 대형 송풍기를 들여왔고 오후 6시에 송풍기를 철수하기까지 공장 실내에 가득 찬 불산가스를 공장 밖으로 빼낸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송병선 경기청 폭력계장은 “화성공장 내 중앙화학물질공급시스템(CCSS) 실내를 촬영한 CCTV를 분석해 보니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불산 가스가 공장 밖으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불산 누출로 불산탱크 밑 밸브 가스킷 교체작업이 끝난 직후인 지난달 28일 오전 6∼7시 노란색 방재복을 입은 삼성전자와 협력업체 STI서비스 직원 3∼4명이 대형 송풍기를 틀어 CCSS룸 실내에 뿌옇게 차 있는 불산 가스를 문이 열려 있는 출입구 쪽으로 송풍기를 이용해 빼내는 장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CCSS룸에서 빼낸 불산 가스가 이곳에서 바로 연결된 또 다른 사무실을 거쳐 공장 밖 대기 중으로 확산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환경부 등에 CCTV 캡처화면을 제출,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이에따라 그동안 누출된 불화수소희석액은 폐수처리장으로 자동 이송되는 구조인데다 사고는 밀폐공간인 클린룸 안에서 일어나 불산 가스가 회사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특히 삼성전자가 언론 등에 탱크룸 내부 CCTV를 끝까지 공개하지 않은 사실과 의도적으로 불산가스를 탱크룸 밖으로 빼내 내부를 정화시키면서도 당시 근무 중이던 직원들에게는 아무런 대피통보도 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사실 은폐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더욱이 화성공장 반경 2㎞ 안에는 동탄신도시 등 수만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기에 주민 중 일부가 유출된 불산가스의 영향을 일시적으로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동탄신도시 주민 J씨(46)는 “정부와 삼성전자가 위험하지 않다고 계속 강조해 믿었는데, 이제는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라면서 “당장 주민 피해복구는 물론이고, 명확한 사실을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함께 환경부는 사고 직후 3∼4차례에 걸쳐 공장 바깥 790∼1천560m 떨어진 곳에서 측정한 대기질 조사 결과 “불소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어 형식적인 조사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불산 외부 유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정수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14일 환경단체 주최 토론회에서 “사고 발생 지역 인근 반경 2㎞ 내 9곳에서 지난 7일 식물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불소 농도 추정치가 0.02ppm부터 0.19ppm, 0.63ppm, 1.42ppm 등이었고 한 곳은 2.59ppm(하루 노출기준)에 달한 곳도 있었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의 불소 노출 기준은 0.1ppm 작업장 안전기준은 0.5ppm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DS부분 커뮤니케이션팀장 이승백 상무는 “현재 송풍기로 불산가스를 (공장 밖으로) 빼냈다는 경찰 조사와 관련해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며, 의도적인 은폐시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명관ㆍ안영국기자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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