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만학도' 경인여대서 졸업식

“눈이 어두운 저를 배려해 수업 때마다 큰 글씨로 적은 유인물을 나눠준 교수님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지난 2010년 전국 최고령 수능 응시자였던 조재구씨(80·여)가 최근 경인여자대학교에서 꿈에 그리던 대학 졸업장을 받았다.

지난 2010년 2월 학력인정 평생학교인 서울시 마포구 일성여고를 졸업한 조씨는 같은 해 경인여대 관광일본어과에 입학, 3년 만에 졸업하게 됐다. 입학 후 개인적 사유로 1년간 휴학하기도 했지만, 누구보다 근면한 자세로 2년간의 학사 과정을 무사히 마쳐 졸업식날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만학도 상을 받았다.

조씨의 학업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 자택에서 인천 학교까지 학교 셔틀버스를 타고 다니며 뒤늦게 배움의 열정을 불태웠다. 고령인 탓에 눈이 어두워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았지만, 주위 사람들의 크고 작은 배려가 큰 힘이 됐다.

교수들은 칠판에 일부러 큰 글씨로 필기를 해줬고, 손녀뻘 되는 학생들은 모르는 것을 서로 알려주겠다며 앞다퉈 나섰다. 매일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수업에 집중하고, 아들뻘 되는 교수에게도 깍듯이 예의를 갖추는 모습은 다른 학생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조 할머니는 “배움에 나이는 따로 없다는 생각으로 학업에 임했다”며 “손녀뻘 되는 학생들이 ‘할머니’라고 부르며 모르는 것은 서로 알려줘 외롭지 않게 공부할 수 있어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류화선 경인여대 총장은 “삶의 학위는 고난과 역경을 통해 배우는 것”이라며 “항상 긍정과 도전의 에너지로 자신을 채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씨는 졸업 후에도 방송통신대 일본어과 3학년으로 편입, 학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용준기자 yjunsa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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