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행복해야 회사도 산다' 활력넘치는 강소기업
좋은 직장을 고르는 기준 중 하나는 회사의 규모다. 규모가 클수록 복지수준이나 시스템이 안정적일 거라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이런 고정관념을 깨뜨리겠다는 기업이 있다. 안양시 동안구에 소재한 ㈜윈덤(대표이사 이준민)이다.
규모라야 66.9㎡ 남짓한 공간에 직원 수 17명이 고작인 이 업체는 중소기업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소기업에 가깝다. 직원들 대부분이 20대 후반인 이 회사는 ‘아빠들의 출근길이 고통스럽지 않은 회사’를 지향하고 있다. 아예 ‘직원이 즐거운 회사를 만드는 것’이 최대 목표라는 이 회사의 속내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젊음과 열정이 살아있는 회사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알 수 없는 ‘젊음의 에너지’가 느껴졌다. 산업용 컴퓨터를 만드는 ㈜윈덤은 직원 평균 연령이 20대 후반이다. 정보기술 업체라는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뿐만은 아니다. 윈덤의 이준민 대표이사부터 34세의 청년이다. 젊은 층이 많다보니 회사도 자연스럽게 활력이 넘친다. 대표이사와 직원들 간의 소통도 활발하고 직원들은 회사에 적극 참여한다. 회사에 열정이 넘치는 데에는 ㈜윈덤의 태생이 자리잡고 있다.
㈜윈덤은 태생부터 열정으로 태어난 회사다. 컴퓨터에 관심이 있던 이 대표는 무역회사를 다니며 동호회 활동을 하던 중 우연히 산업용 PC를 중국과 대만 등에서 직접 공동구매로 사오는 운송책 역할을 맡게 됐다. 컴퓨터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현지에서 직접 물어보며 괜찮은 산업용 PC를 구매해 왔다. 취미 생활로 하던 활동에 재미가 생기자 이 대표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해보고 싶다’는 열정과 의지만으로 지난 2004년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60만원의 자취방을 얻어 산업용 PC 쇼핑몰로 창업을 시작했다. 그 후 2년만에 ㈜윈덤이 태어났고, 창업 9년만에 IT분야에서 입지를 굳히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28억, 올해 목표액은 40억이다. 올해엔 하드웨어 제조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분야의 연구와 개발도 진행할 예정이다.
“매출은 내가 뛰어다니면서 올려도 되니 직원들에게 신바람 나고, 맞춤형 복지를 해주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이 대표의 말처럼 윈덤은 즐거운 회사를 지향한다. 이 대표는 직원들이 즐겁고, 활력이 넘치는 회사가 경쟁력이 있다고 믿는다.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도 산다는 경영방침 아래 자유로운 임ㆍ직원간의 자유로운 소통과 스킨십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
“아직 소규모라 대기업처럼 직원들에게 큰 복지혜택을 주지는 못한다”는 이 대표는 소소하게나마 직원들에게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 대표는 직원들과 유명 인사의 강연을 듣거나 뮤지컬ㆍ콘서트ㆍ전시회 등 문화공연을 함께 관람한다.
또 교육비ㆍ도서 구입비 지원 등으로 직원이 자기계발을 하는데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탄력근무제를 시행해 직원들의 대학(원)진학도 장려한다. 현재 부설연구소에 다니는 김영재(32)대리는 전문대 졸업 후 다시 편입해 학사공부를 하고 있는데 수업이 있는 날은 출 퇴근 시간을 조정해 대학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 학원을 다니거나 개인 취미생활을 즐기는 경우 조기출ㆍ퇴근을 시행해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도록 한다.
‘엄마와 아빠가 다니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도 ㈜윈덤이 지향하는 복지정책 중 하나다. 이 대표가 4ㆍ6세 두 아이의 엄마이다 보니 맞벌이 엄마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직은 직원 대부분이 미혼이지만 이들이 워킹맘이 될 때를 대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대표적으로 대표이사실을 모유수유실로 개방했다. 또 밴처벨리 사무실 입주사 임직원들과 논의해 어린이집을 개설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아이 문제로 유능한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것은 개인 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큰 손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가능하지만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출근해서 편히 놀다 같이 퇴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매일 아침 출근을 할 때면 아이들을 떼어 놓고 오는 게 쉽지 않은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엄마, 아빠들의 출근길이 고통스럽지 않은 회사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회사
회사의 비전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초일류, 글로벌 이런걸 말씀드려야 되냐”고 되물었다. 무언가 번뜩이는 비전을 기대했던 기자에게 이 대표는 단순히 ‘즐거움이 경쟁력이 되는 회사’라고 잘라 말했다.
구글처럼 사무실 벽 어디든 내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리고, 그것이 아이디어가 되고 제품이 되는 회사를 만드는 게 ㈜윈덤의 목표다. “즐기는 자가 다니는 회사라면 글로벌 매출이나 규모의 회사는 아니어도, 글로벌 인재가 있는 회사가 될 수 있지 않겠냐”는 이 대표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진 청년들을 언제든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윈덤은 일을 잘하는 사람만을 뽑지 않는다. 잘 알지는 못하더라도 배움의 의지와 열정이 엿보이는 사람을 채용한다. 공장제어 컴퓨터, 비행기 블랙박스에 탑재되는 컴퓨터 제조, 현금지급기, 통신장비, 기업용 서버 등 다양한 산업용 컴퓨터 제조사로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인 윈덤은 언뜻보면 컴퓨터 전문가만 들어갈 수 있는 회사같기도 하다.
그러나 실제로 관련 전공이 적은 직원이 더 많다. 전문가 보다는 컴퓨터가 좋아서, 배우고 싶어서 들어온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이 대표 역시 산업용 컴퓨터와는 거리가 먼, 고전을 좋아한 국문학도 였다.
이 대표는 “규모는 작지만 ㈜윈덤이 만들어 갈 미래는 어느 곳보다 크다”며 “좋은 인재들과 함께 산업용 컴퓨터를 즐겁게 만드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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