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체성 확립의 가장 중요한 전략은 바로 ‘장소마케팅’ 전략이다. 장소마케팅은 도시의 역사적·문화적 전통과 지리적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 정체성을 발굴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는 단순히 물적 경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도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형태라야 한다.
이러한 장소마케팅 전략의 대표적인 것이 ‘장소 만들기(place making)’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도시공간을 그 도시에 살거나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되돌려주어, 친숙하고 자주 찾는 공공장소로 만들어 가자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특정 도시만의 고유한 문화적·역사적 특징은 다른 도시에는 체험할 수 없는 것이므로 도시의 중요한 홍보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퇴락한 공업도시인 스페인의 빌바오가 구겐하임미술관 분관을 유치하여 활력을 얻은 것이나, 영국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게이츠헤드가 발틱 현대미술관과 세이지 음악당의 건립으로 일약 세계적 도시로 부상한 것이 이를 명증한다.
한편 ‘영국예술의 경제적 중요성’이라는 1988년 보고서에서 존 메이어스코(John Myerscough)는 “예술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자석으로 작용하며 이는 서비스산업에 소비층 증대를 위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예술 관련 시설은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지역 정체성을 제고하고 폭 넓은 발전의 촉매제로써 지역경제에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도시 재개발 차원에서 문화적 측면을 부각시키며 도시환경을 개선하기도 하고, 도심의 우범지역 혹은 소외 지역이 이러한 문화공간으로의 전환을 통하여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고 사람을 불러 모아 투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 활성화 논의는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문화복지적 관점이다. 공공재로서의 문화복지서비스를 제공하여 지역주민들의 ‘문화향수권(Cultural Right)’을 실현하자는 것. 이러한 문화복지 서비스는 지역이나 계층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문화적 형평성을 담보한다.
둘째는 도시 마케팅의 관점이다. 이것은 문화친화적 도시 건설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문화예술은 도시이미지 및 정체성을 높여 도시마케팅 요소로 활용될 수 있으며, 지역 내로는 투자유도, 고용 및 직업창출, 소득효과, 관광자원 효과 등으로 인해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도시의 창조성 향상을 통한 도시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리고 예술은 소비자들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그 지역에 경제적 활력을 제공한다.
도심의 폐건물을 활용하여 예술가를 위한 공간 마련의 궁극적인 목적은 문화관광과 도시의 활성화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도시의 문화정체성 부여를 통한 매력요인의 부각으로 시민들로 하여금 쾌적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해 주는 것도 거시적인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수원문화재단이 수원천이나 팔부자거리, 재래시장, 문구거리 등 구도심의 활성화에 관심을 갖고 문화적 도시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 경 모 수원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예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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