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단상] ‘원도심 활성화의 밀알이 되고 싶다’

인천 중구 신포동은 개항 이후 인천 최초로 도시화된 지역으로 한때 서울의 명동, 부산 광복동, 광주 충장로와 함께 우리나라의 4대 번화가로 명성을 날렸다. 골목골목 밀려드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굳이 신포동이 아닌 중구 일대가 한세기를 넘나드는 번영을 맛봤다.

하지만 1985년 중구에 있던 인천시청의 남동구 이전은 구도심의 쇠락을 재촉했다.

1990년 전후 급격한 신도시 확장의 이면에 드리운 원도심의 이른바 ‘멘탈붕괴’를 똑똑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인천시가 올해 역점사업으로 원도심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니 평가할 만하다.

그 동안 원도심은 철저하게 소외돼 왔다. 개발대상에서 아예 제외됐고 공동화 현상으로 몸부림치는 자구책을 배려하는 예산지원도 전무했다.

지금도 불공평한 도시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는 만큼 인천시는 원도심과 신도심 지역 간 격차해소가 가장 시급한 현안임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다행히 중구는 세계로 통하는 국제공항과 항만을 보유하고 있다. 특색 있는 도심과 천혜의 자연, 역사문화 자원이 조화로운 매력적인 도시다.

최근 공공자치연구원에서 우리 구를 지방자치경쟁력 평가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하는 등 인구감소와 상권붕괴를 겪는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거대한 잠재 성장력을 갖추고 있다.

차이나타운의 도약, 인천개항장 문화지구 지정 등 비약적인 발전이 빛을 발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잠재력의 개발을 통해 중구가 먹고 살아야 하는 현주소를 필자가 재차 강조하는 이유다.

차이나타운의 성공은 필자에게 큰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

2000년대 초 명맥만 유지하고 있던 이곳의 개발을 위해 각국의 차이나타운을 벤치마킹 등을 위해 뛰어다니던 일들이 생생하다.

그 결과 차이나타운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관광지로 명실상부 자리 잡았다. 향후 중구의 비전을 차이나타운 확장을 필두로 한 관광개발 확대, 중국 관광의 거점 조성, 내항재개발로 제안하며 낙후된 일부 지역은 전통 한옥마을이나 통영의 ‘동피랑마을’처럼 만들어 정겹게 살아온 삶에 대한 향수를 불어 넣어도 좋을 듯 싶다.

그러나 지자체가 해낼 수 있는 사업들이 그리 많지 않다.

중앙정부의 규제완화 등 상위 기관의 직간접 지원이 절실하다.

시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시정(市政)의 진심을 믿고 적시적소한 지원을 기대해 본다.

이 밖에도 원도심 지역의 고도제한, 20년 이상 지연되고 있는 용유·무의개발사업, 영종하늘도시 문제도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다. 아울러 공무원이 함께하는 과감한 행정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은 두 말할 필요조차 없다.

지난 2월15일 우리 구 인구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영종하늘도시 입주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앞으로 원도심 활성화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증가세가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는 지역발전의 척도이자 경쟁력으로, 지난 80년대 후반 인천의 중심에서 밀려난 지 20여년 만에 침체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여전히 인천의 키워드가 인천국제공항, 항구도시, 차이나타운인 것처럼 인구 10만 시대를 맞은 중구는 인천의 가치를 실현하는 유일한 도시로 거듭 날 것이 확실하다.

인천의 신포동을 경험한 사람들은 한 시대의 영화(榮華)와 함께 중구를 소중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바다와 역사문화, 인심을 두루 갖춰 누구나 한번쯤 반했던 곳.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어도 다음 해에 꽃은 다시 피지 않는가.”

그렇다면 중구가 공항과 항만, 관광자원을 활용해 동북아의 꽃으로 새롭게 부상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

마침 새 정부가 출범했고,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위정자의 굳건한 의지 이상으로 뜨거운 애향심이 가슴에 솟구쳐 오른다.

 

김홍섭 인천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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