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가 발목 잡은 8만여세대 ‘벼랑 끝으로’ [슈퍼갑 LH 서민은 고달프다] 1.사업비 170조6천억원의 ‘허상’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정부를 대신해 택지개발 및 주택사업을 벌이면서 결정과 취소를 반복하는 ‘슈퍼갑’으로 등장, 서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LH 사업지구의 보상 지연 등으로 해당지역 주민들은 수년간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서 경제적 파탄으로 인해 자살까지 시도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 보상을 믿고 땅을 담보로 대출받은 한 토지주가 빚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이라는 극한 선택을 했지만 정작 LH는 이들 주민들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LH의 막무가내식 개발과 취소로 도탄에 빠진 해당 지역을 찾아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 한다. 편집자주
택지지구 묶여 재산권행사 못해 보상까지 늦어지며 파산 위기
자살 등 극단적 선택도 속출 “무책임한 개발 계획” 비난 봇물
LH가 경기도내 택지개발을 하면서 정상적으로 추진하지 않아 택지지구로 묶여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세대 수는 8만2천928호에 이른다.
이들 택지지구에 속한 주민들은 수년째 재산권 행사가 금지된 가운데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토 등을 위해 대출한 대출금을 갚지 못해 파산 지경에 이르는 등 어려운 현실에 봉착해 있다.
3일 경기도와 LH 등에 따르면 도내에서 LH가 택지개발을 시행하거나 참여 중인 곳은 61개 지역, 2억1천105만㎡이다. 이들 사업을 수행하는 데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비만 170조6천억원 규모에 달한다.
하지만 이중 상당수가 정상적으로 추진되지 못하면서 애꿎은 서민의 고통만 가중시키고 있다. 화성태안3ㆍ화성비봉ㆍ오산세교2 등 택지개발 5개 지구와 의정부고산, 고양항동ㆍ고양지축 등 보금자리 3개 지구, 안산 신길온천 국민임대 1개 지구 등 9개 지역이며, 이들 사업지구의 면적은 1만4천648㎡, 세대수는 8만2천298호이다.
이에 따라 수년간 보상 문제로 LH와 갈등을 빚었던 파주 운정지구는 지난 2011년 5월에 40대 토지주가 조속한 보상을 요구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기도 했다.
또 안병용 의정부시장이 올해초 1인 시위까지 벌인 의정부 고산지구는 LH의 보상이 수년간 지연되면서 주민들이 금융비용 증가로 금전적 피해와 함께 가정불화, 파탄, 정신적 공황장애를 앓고 있으며 일부 극단적인 자살행동도 감지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장기간 지연되고 있는 LH사업지구의 한 주민 A씨는 “택지개발지구는 LH가 수요자 예측, 타당성 조사 등 사업성이 충분히 검토된 이후에 사업이 진행된 것으로 아는데 이런식으로 ‘아니면 말고식’의 정책을 누가 시행하는 것” 이냐며 “무책임한 개발계획으로 주민들 사이에 불신과 정신적ㆍ경제적 피폐 및 자살, 가정해체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경제 불황으로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면서 개발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연되고 있는 사업지구에 대한 수요 및 사업성 등을 재검토해 사업지구 축소와 신규 승인 등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원재ㆍ정진욱기자 panic8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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