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초대석] 손혜리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

경기도에 없는 무대 만든 공연계 마이더스

그녀가 궁금하다. 많이 이들이 궁금해 한다. 68년생, 이화여대 음대 작곡과 졸업, 동 대학원(음악학과) 졸업 그리고 미혼이라는 것.

그 외의 사항은 베일에 싸여 있다. 형제자매가 몇 명인지, 어디서 사는지, 취미가 뭔지, 재산은 얼마나 되는지 신변잡기적인 것조차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이 까칠하고도 도도한 여자 누구일까. 경기도 공연계에 새 지평을 연 손혜리(45)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이다.

밤 낮 휴일 없이 일하는 워커홀릭(workaholic·일중독자) 스타일의 손 사장은 솔직히 인터뷰 대상자로는 덜 매력적이다. 유머감각도 없고 정치력은 없어도 너무 없다. 술을 즐겨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욕심이 난다.

손 사장의 속내가 궁금하기에. 도대체 그녀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것일까. 저녁에 술 한 잔 하자고 했다. 손 사장은 튕겼다. “시간이 없다” 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제18대 대통령취임준비위원으로 선임되면서 튕길 수밖에 없게 됐다.

2월 6일 어렵게 손 사장을 만나 올해 경기도문화의전당 주요 야심작을 들어봤다. 곁들여 결혼계획도 물었다.

도립무용단·도립국악단·도립극단·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10월 4개 단체 페스티벌 기획… 우리만의 노하우로 살아남기

2010년 9월 취임…굵직한 페스티벌로 경기문화허브로 성장

손혜리 사장이 지난 2010년 9월 7일 경기도문화의전당 4대 사장에 취임할 때, 경기도 공연계는 시끄러웠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예술교육팀장으로 일하던 그녀가 사장이 되자 “팀장급 사장을 어찌 모시냐”, “게다가 처녀라던데” 등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손 사장은 경기도와 인연이라곤 ‘수원여고 출신’이 전부였다. ‘40대의 골드미스’가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이 된 걸로 봐선 든든한 ‘빽’이 있다고 다들 생각했다. 2년 동안 많은 이들이 손 사장 ‘빽’의 정체를 궁금해 했다. 그러나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해 9월 연임에 성공했다.

“연임 당시에도 이야기가 많았다. 일단 감사하죠. 2년 동안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꼈지만 함께 일하고 싶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두려움이 많다. 2년을 하고 나니 개인적으로 부족한 것과 전당에 채워야 할 것이 많다. 특히 올해는 우리만의 노하우가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판단된다.”

2년 동안의 성과에 대한 자랑도 없이 손 사장은 올해 먹고살 걱정부터 하고 있다.

국내 최초 어린이 전문예술축제 ‘경기 키즈아트페스티벌(Kids Arts Festival)’, 지금껏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노의 향연,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Peace & Piano Festival)’, 4만5천명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의 아리랑을 노래했던 ‘천지진동-아리랑 아라리요’가 바로 손 사장의 작품이다.

그녀의 손을 거쳐 간 작품은 ‘최초’ 또는 ‘최대’의 수식어가 붙으면서 2010~2012년 경기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게다가 한국 공연시장 판도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만큼 성공적이었다.

“국내 최초 피아노 전문 페스티벌인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Peace & Piano Festival)의 경우 국내 최고의 피아니스트들과 그들의 연주를 통해 피아노라는 악기가 주는 감동을 새롭게 모색하기 위해 기획된 축제였다. 한동일, 신수정, 백혜선, 이경숙 등 피아노 거장들을 수원에 모이게 하는 일 자체가 다들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 직원들이 발로 뛰면서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의 위상을 다시 한번 인식시켜준 작품이기도 하다.”

도립예술단 조인트 페스티벌… “목숨 걸고 하라”

경기도문화의전당을 ‘공연장답게’ 만든 손 사장은 요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돈 때문이다. 예산부족으로 역점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기 키즈아트페스티벌(Kids Arts Festival)’.

이에 대해 손 사장은 “키즈아트페스티벌은 마음이 너무 아프다. 전당의 모든 사업이 타 기관보다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돈이 없다고 일을 안 할 손혜리가 아니다. 돈타령 할 시간도 없는 이가 바로 손 사장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고 그녀는 2013년 비밀병기를 공개했다.

“오는 10월 경기도립예술단 4개 단체(도립무용단, 도립국악단, 도립극단,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한 무대에 올리는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다. 좋은 인력 풀을 활용해 전당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이겠다. 4개 단체 감독님이 1박2일 워크숍을 하면서 가장 특화된 페스티벌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되 우리 아니면 안되는 것을 목숨 걸고 하라고 주문했다.”

손 사장은 2013년 우리만의 노하우가 없다면 살아남기 어렵겠다고 판단하고 강하게 그리고 독하게 변했다.

그리고 오는 8월 17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피스 앤 피아노 페스티벌’은 차세대 피아니스트들과 2012년 Bridge Festival에 참여한 윤홍전, 김다솔, 김준희, 그리고 2012년 라이징스타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된 영 피아니스트, 그 외 유명 피아니스트들을 초청해 색다른  연주를 시도한다.

‘천지진동 페스티벌’은 오는 6월 중 사물놀이 뿐 아니라 경기도의 유·무형 문화재, 현대음악 등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형식의 축제를 기획했다.

손 사장은 올해 3개 페스티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조직개편을 통해 페스티벌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게다가 경기도민의 보편적 문화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내 생애 첫 번째 공연’에는 환경미화원, 소방관, 일용직 등 문화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특화된 공연을 제공하고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4월 8일부터 장애인시설, 교도소 등 맞춤공연을 선보인다.”

“독신 아니에요. 좋은 사람 나타나면 결혼해야죠”

‘공연기획 전문가’로 인정받은 그녀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제18대 대통령취임준비위원으로 선임돼 성공적인 취임식을 만드는데 힘을 보탰다. 손 사장은 국민들의 축제가 되는 취임식을 만들기 위해 주말도 없이 일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손 사장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녀는 소신 있게 대답했다.

“임기는 당연히 채워야 하는 거 아닌가요. 중간에 나가라 하시면 어쩔 수 없죠.(하하) 개인적인 신변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다른 역할이 생기면 열심히 해야겠지만 다른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지금 일을 하지는 않는다.”

그녀에겐 포지션이나 직업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예술을 통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고 했다.

이제 마흔 중반이지만 그녀는 자신 있게 ‘마지막’을 말했다.

“처음 사장으로 왔을 때 많은 이들이 ‘이렇게 빨리 사장이 됐는데 사장 끝나고 나면 뭘하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솔직히 고민 안 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마지막엔 NGO단체에서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예술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 다 죽어 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는 것이 문화예술의 힘이고 그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마지막은 아직 멀었다. 왜냐 마흔 다섯의 골드미스 손 사장은 결혼도 해야 한다.

“독신 아니다.(하하)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해야죠. 아버님께서 워낙 개방적이셨다. 남자 선후배들이 집에 드글드글(?)했고 여대 출신이다 보니 선후배들 중에 결혼 안 한 사람이 많다. 시집갈 때 조재현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님께 주례를 부탁했다.(하하)”

손. 혜. 리.

2010년 그녀가 경기도에 왔을 때 다들 젊은 사장이라 질투하고 시기했다. 그리고 경기도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 걱정했다.

2013년 그녀는 ‘빽’없이 오직 실력과 열정으로 경기도 문화계의 신화를 창조하면서 공연계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그녀가 앞으로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가 더 궁금해진다.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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